|
② 이사회 개혁, 주주 직접 참여 경영진 견제 필요
③ 정보공유 최대한 허용해 지주사 역할 찾아줘야
④ 승계-후계자 양성플랜 구분 불확실성 걷어내고
⑤ 당국 감독·검사 체계는 지주사 중심으로 전환을
영국 뱅커지가 발표한 지난 2013년 말 자본 기준 글로벌 50대 은행에는 중국계 은행이 10곳, 일본계 은행도 4곳이 포함돼 있다. 국내 은행은 단 한 곳도 찾을 수 없다. 글로벌 50대 은행 가운데 60%는 지주회사 체제도 아니지만 국내 은행들보다 월등한 규모와 브랜드 이미지를 갖췄다.
국내 은행들은 이미 수년 전 시너지 창출을 위해 지주회사 체제로 변모했지만 낮은 수익성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세계 시장을 쳐다볼 엄두도 못 낸다. 심지어 지주 체제가 아닌 기업은행 등과 비교해봐도 금융지주에 속한 은행들의 성과가 돋보인다고 볼 수가 없다.
국내 금융지주회사의 본질적 문제는 은행의 비중이 너무 큰 기형적인 구조라는 점에서 시작된다. 당기순이익의 90% 이상을 은행에 의지하고 있으니 지주회사 최고경영자(CEO)는 은행 실적만 쳐다볼 수밖에 없다. 허울뿐인 지주와 그룹 중추인 은행의 갈등은 결국 수뇌부의 권력 다툼으로 이어진다. 그렇다고 단기간에 은행의 비중을 크게 낮출 방법을 찾기도 어렵다. 전문가들은 결국 한국식 금융지주회사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새로운 지배구조 모델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결론을 내놓고 있다.
①옥상옥 체제 버리고 회장의 실질적 인사권 강화=금융지주 지배구조를 바로 세우는 첫 단추는 회장과 행장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것이다. 윤창현 금융연구원장은 "회장과 행장의 겸임도 현재 국내 금융지주 현실에서는 충분히 고려해볼 만하며 겸임이 아닐 경우 회장이 행장을 임명할 수 있는 인사권을 확실히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회장과 행장의 조합이 어긋나 있는 상황에서는 시너지 효과 창출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철마다 금융지주 인사에 개입하는 정치금융을 차단하는 것이 필수 요건으로 요구된다. 윤 원장은 "회장의 실질적 인사권을 강화하되 당국이 회장과 행장의 역할 및 책임 분담에 대한 가이드라인 등 제도적 기틀을 다시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②주주 목소리 담는 이사회 구성 필요=회장의 인사권 강화는 조직 내 권력 독점을 부추길 수 있다는 부작용이 있다. 이를 견제하기 위해 금융지주의 최고의결기구인 이사회 구성을 구조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현재 국내 은행 가운데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높은 부산은행·전북은행·신한은행 등의 공통점은 모두 주주가 이사회에 참여한다는 것"이라며 "이사회 내부에서 주주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세력이 있어야 경영진과 사외이사들의 결탁 등을 견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부산은행은 롯데, 전북은행은 삼양사, 신한은행은 재일교포 등이 이사회에 직접 참여해 경영진을 견제하고 있다. KB의 경우 최대주주가 국민연금이라 이 같은 방식을 도입하기는 쉽지 않지만 어떤 형태로든 이사회 안에서 주주의 목소리를 담을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③정보공유 최대한 허용…지주회사 역할 찾아줘야=금융지주 지주회사의 모범적 모델은 그룹 전략을 주도하는 '싱크탱크'가 되는 것이다. 핵심은 계열사 간의 고객 정보 공유와 상품 조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데 있다. 하지만 카드 정보 유출 사고 이후 금융 당국이 지주회사 내 계열사들의 정보공유를 원칙적으로 차단하면서 지주회사의 역할은 상당히 제한돼 있는 상황이다. 지주들이 잇따라 시장에 매물로 나온 보험사와 증권사 등을 인수하고는 있으나 현 상태에서 지주사가 움직일 공간이 너무 부족하다. 금융지주의 한 고위 관계자는 "보안 강화를 전제로 지주회사 정보공유 제한을 단계적으로 풀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④불확실성 걷어낼 후계 승계 프로그램 필수=지배구조 개선작업의 또 다른 필수과제는 승계 프로그램과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을 별도로 구분해 수뇌부 인사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국내 금융지주 대부분이 CEO 승계 프로그램은 갖췄으나 일부 지주는 형식적으로만 운영될 뿐이며 외풍에 너무 취약하다. 글로벌 기업들이 최소 10년 이상의 내부 경력을 갖춘 인물들을 중심으로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을 관리하며 CEO 유고시 바로 승계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당장 KB만 해도 복수의 외부 컨설팅사를 통해 후보 리스트를 작성하며 내부 구성원들 보다는 사외이사들의 입김이 선출 과정에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윤 원장은 "금융지주 내부에서도 후계자 그룹이 미리 지정되고 그 풀 안에서 인사가 이뤄진다는 확신이 있어야 승계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⑤당국 감독·검사 체계도 지주회사 중심으로 전환=국내 금융산업에서 지주회사 체제는 이미 지배적인 구조로 자리잡았지만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 체계는 여전히 개별 업권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시장의 흐름에 당국이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다 보니 지주회사 차원의 통합적인 감독 체계나 정책이 발굴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예컨대 고객 정보 공유 등에 있어서는 개별 업권의 감독체계들이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하는 반면 지주회사 차원에서 통합적 위험관리가 필요한 부분이 개별 업권 감독 체계에서는 허용 가능한 범위가 되기도 한다. 이시연 금융연구원 박사는 "지주회사 체제와 감독기능의 부조화 현상을 개선해야 경쟁력 있는 지주회사 지배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