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조정국면에 진입했고 상대적으로 펀더멘털이 약한 이머징 증시의 조정폭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증시가 그동안 경기회복 기대감과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크게 오른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조정이지만 투자자들은 이유를 묻는다.
일부에서는 금리상승과 출구전략에 대한 부담을 이야기하고 또 일부에서는 경기회복에 대한 회의감이 커진 것이라고 분석한다. 일본의 전설적 투자전략가인 우라가미 구니오의 표현을 빌린다면 '금융장세에서 실적장세로 넘어가기 전에 나오는 반락과정'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번 조정기 이후에 과연 실물경기가 회복하고 기업이익이 좋아지는 실적장세로 이어질 것인가이다.
'브릭스(BRICs)'라는 말을 지은 짐 오닐 골드만삭스자산운용 회장은 "2020년까지 미국은 점점 더 중국을 닮아가고 중국은 점점 더 미국을 닮아갈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장기적인 글로벌 경제성장을 밝게 점치는 이유"라고 말했다.
지금 중국 경기는 시장의 기대나 실망과는 상관없이 7.5% 이상의 안정적인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유럽의 재정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중국은 내수비중 확대 등 경제의 자생능력을 키웠다. 미국 경기 역시 분명한 회복세다. 올 5월 일자리 수 증가가 시장 예상치를 넘어서고 소득 대비 가계부채 규모도 93%로 크게 줄었다. 미국 가계의 순자산 규모도 지난해 말보다 2조달러 이상 늘어나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오닐 회장의 말처럼 큰 흐름으로 보면 미국과 중국의 경제는 다시 성장기에 진입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것이 출구전략의 시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만들어낸다면 그것은 긴 흐름에서 주식시장에는 거쳐가야 하는 건강한 조정국면일 것이다.
단기적으로 출구전략을 앞두고 글로벌 투자자금이 이머징에서 미국으로 회귀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상승과 달러강세를 예상하면 미국으로의 자금 회귀는 지속될 것이며 당분간 이머징 국가의 주식 및 채권 시장의 조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글로벌 자산배분의 기준은 크게 두 가지다. 경제성장률과 경상수지다. 마치 기업이익 증가율과 재무구조를 보고 개별기업을 투자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경제는 경제성장률과 기업이익 정체로 그동안 주가 상승폭도 제한됐지만 안정된 경상수지와 기업순자산 가치를 감안하면 추가적인 주가 하락폭도 제한적일 것이다. 또 긴 흐름에서는 미국 경기회복과 주가상승은 결국 이머징의 경기회복과 주가 동반상승을 가져온다. 지금은 추가적인 하락보다는 박스권 조정을 염두에 둔 인내가 필요한 시점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