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구글과의 특허료 분쟁에 합의하고 소송을 마무리 지었다. 반면 삼성전자와의 특허소송은 합의하지 않고 계속 진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애플이 '선택과 집중' 전략에 나서면서 삼성전자에 대한 공세는 더 거세질 전망이다.
애플과 구글은 16일(현지 시간) 공동성명을 통해 "두 회사 사이에 직접적으로 존재하는 모든 소송을 취하하기로 합의했다"며 "이번 합의를 계기로 미국 내 특허제도의 개혁에도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합의가 각각이 보유한 특허권에 관해 실시권을 상호부여하는 크로스 라이선스를 포함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애플 대변인은 또 "이번 합의가 삼성을 상대로 한 소송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구글과 애플의 소송은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지난 2010년 모토로라는 애플이 자사의 3G 네트워크 구동과 관련된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애플은 맞소송으로 대응하면서 미국과 유럽에서 20건의 소송이 벌어졌다.
구글은 2012년 모토로라를 인수하면서 애플과의 소송을 넘겨받았고, 올해 초 모토로라를 레노버에 매각하면서 특허권은 계속 갖기로 하면서 소송을 이어갔다. 그러다 이번에 애플과 합의하고 모든 소송을 취하하기로 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애플이 구글에 상당한 배상금을 주고 합의했을 것으로 본다. 한 대기업 특허담당자는 "구글은 휴대폰을 제조하지 않고 관련 특허만 갖고 있기 때문에 애플이 공격할 방법도 없고 맞소송에서 승소해도 피해 보상금을 받기가 힘든 상황"이라며 "구글은 배상금만 받으면 합의하지 않을 이유가 없고, 애플은 승산 없는 소송을 계속 끌고 갈 이유가 없기 때문에 합의가 쉽게 이뤄진 것"으로 해석했다.
구글은 모토로라를 인수하면서 모토로라가 진행 중이던 삼성전자·LG전자 등과의 특허료 협상은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드로이드 제품을 만드는 제조사들과는 소송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모토로라가 애플과 마찬가지로 삼성전자와 LG전자에게도 특허를 침해했다며 경고장을 보내고 특허료 협상을 진행하다가 구글에 넘어간 후 협상이 중단됐다"며 "구글이 휴대폰을 만들지 않는 상황에서 안드로이드 폰을 만드는 업체를 공격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애플이 구글과의 특허소송에 합의함으로써 삼성전자에 대한 소송공세는 더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 미국 변호사는 "애플이 구글과 합의한 것은 승산 없는 소송은 접고, 승산 있는 싸움에만 집중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 전략의 일환"이라고 해석하고, "삼성전자와 진행 중인 소송에 보다 공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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