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번 합의에서 빠진 재정지출 삭감과 국가채무한도 증액을 둘러싼 민주ㆍ공화 양당 간 공방이 곧 가열될 것으로 전망돼 정치적 불확실성은 여전히 미국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우려된다. 또 이번 합의로 인한 감세규모가 6,000억달러에 불과해 미국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극적인 협상타결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디폴트(채무불이행) 확률이 20%로 오히려 두 배나 높아졌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 하원은 1일(현지시간) 밤늦게 재정절벽 타개방안을 통과시켰다. 하원은 상원이 이날 새벽 압도적 표차로 가결한 '매코널-바이든 합의안'을 원안 그대로 표결에 부쳐 찬성 257표, 반대 167표로 가결 처리했다. 재정지출 삭감이 빠진 것과 증세에 대한 공화당 의원들의 불만이 커 반대표 가운데 151표는 공화당에서 나왔다. 공화당 소속인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이례적으로 표결에 참가해 찬성표를 던진 반면 에릭 켄터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반대표를 냈다.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연방정부 예산감축 계획이 제대로 반영돼 있지 않다며 3,000억달러 규모로 연방정부의 예산을 감축하는 것을 골자로 한 수정안을 추진하다 포기했다.
이 안에 따르면 연간소득 45만달러(개인 40만달러) 이상 가구의 소득세율은 35%에서 39.5%로 오르게 된다. 여기에 해당하는 가구는 전체의 0.7%가 될 것이라고 세금정책센터(TPC)는 분석했다. 고소득층의 자본이득세와 배당소득세 역시 15%에서 20%로 상승한다. 상속세율도 35%에서 40%로 오른다. 장기실업급여는 1년 연장됐으며 재정지출 자동삭감, 이른바 '시퀘스터' 발동시기도 2개월 연기됐다.
이보다 훨씬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이번 합의에서 빠진 사회급여세 감면조치 종료다. 2년 전에 마련된 감세조치로 연소득 11만3,700달러 이하 가구에 적용됐던 사회급여세율 4.2%는 6.2%로 환원된다. 전체 미국 가구의 77%가 해당되며 연소득 5만달러 가구의 경우 연간 1,000달러의 추가 부담이 예상된다. 이번 합의안 통과는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시절부터 이어져온 미국의 감세기조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시대적 의미도 가진다.
하지만 의회예산국(CBO)은 이번 합의로 전면적인 재정감축과 세금인상이 시행됐을 때보다 국가부채가 추가로 4조달러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세수증가는 6,200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당초 백악관이 제시한 증세규모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정치적 논란은 컸지만 급증하는 재정적자를 줄이고 국가부채를 낮추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미 연방정부의 부채는 이미 지난해 12월31일 법정한도인 16조3,940억달러를 넘어섰다.
특히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크리스 크루거 구겐하임파트너스 워싱턴 리서치그룹 수석 정치분석가는 "채무한도 등을 논의할 2차 재정절벽 협상에서는 (이번에 오바마 대통령에게 밀린) 공화당이 훨씬 더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할 것"이라며 "미국의 디폴트 가능성이 10%에서 20%로 두 배 높아졌다"고 경고했다.
이번 합의가 미봉책에 그친 탓에 재정절벽이라는 최악의 사태는 막았지만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합의안이 시행되면 올 1ㆍ4분기 경제성장률이 1% 떨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이 신문은 이번 합의로 뉴욕증시가 잠시 랠리를 보일 수 있지만 곧 국가채무한도 상향, 재정지출 삭감 등 다른 이슈에 묻힐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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