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는 고(故) 박태준 회장부터 현 정준양 회장까지 7명의 회장 중에 김만제(4대) 전 회장을 제외하고 한번도 외부인사가 최고경영자(CEO)를 맡은 적이 없다. 유상부 전 회장이 잠시 삼성중공업 사장을 지낸 적이 있지만 그 역시 포항종합제철로 입사해 20년 넘게 일한 '포철맨'이다.
민영화가 된 지난 2000년 이후에도 이구택 전 회장이나 정 회장 역시 포스코에서만 한 우물을 판 정통 포스코맨이다.
이날 8대 회장 후보로 확정된 권 사장은 1986년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에 입사해 기술연구소장, RIST 원장을 거쳐 2012년부터 기술부문장을 맡고 있다.
이번 CEO 내정을 앞두고 외부인사 영입에 대한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았다. 정 회장이 사의를 표명하자마자 정치권을 중심으로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 김원길 전 의원, 진념 전 부총리 등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CEO 추천위원회의 심사를 앞두고는 오영호 코트라 사장, 양승석 현대자동차 고문, 손욱 전 농심 회장 등이 거론됐고 오 사장은 5명의 최종 후보군에 들어가기도 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총수가 중도 하차하는 사태가 반복된 점도 포스코가 외풍에 영향을 받는다는 인상을 줬지만 결국 권 사장이 회장으로 내정되면서 이 같은 관측을 무색하게 했다. 포스코의 한 관계자는 "외압에 쉽게 휘둘리기 쉬운 지배구조의 단점을 불식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한다"며 "CEO 승계협의회·추천위원회 등의 절차가 제대로 작동함으로써 해외 주주 등에게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보여준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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