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가 산업생산ㆍ투자 등 주요 경기활동 지표 상승률이 눈에 띄게 둔화하면서도 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애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는 등 복잡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중국 당국 입장에서는 인플레이션을 방어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 등 긴축조치에 나서야 하는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그렇지 않아도 확실한 성장 감속 브레이크를 밟고 있는 실물 경기에 타격을 줄까 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는 형국이다.
11일 중국 당국이 발표한 지난 7월 인플레이션은 3.3%로 정부 연간 목표치인 3%를 훌쩍 넘어섰다. 7월에 전달보다 21종의 주요 채소 가격이 11.9% 올랐고 돼지고기와 계란 가격도 각각 7.14%와 4.75% 상승하는 등 농산물 가격 급등에 따른 애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물론 6월부터 시작된 폭우ㆍ폭염 등 이상 기후 여파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한 데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 곡물 수출 중단 등으로 국제 곡물시장 가격 상승세가 심상치 않아 수입발 인플레이션 우려가 여전한데다 국내적으로는 부동산 가격이 여전히 고공에 머물러 있어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7월 주거비용도 4.8% 올라 인플레이션 상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섣불리 기준금리 인상 등 긴축조치에 나섰다가는 이미 감속 성장세가 확실히 나타나고 있는 경기가 다시 급강할 수 있어 중국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4월부터 과열 부동산 경기를 잡기 위해 3주택자 이상 구입자 은행대출 금지, 2주택자 은행대출 금리 및 계약금 인상 등 강력한 억제책을 펴왔다.
이런 조치로 중국 경제는 산업생산ㆍ투자ㆍ소비 등은 수개월째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 경기의 V자 반등을 이끌었던 것은 정부의 4조위안 재정부양책이었고 이중 결정적인 것이 인프라 등 부동산 개발투자였다. 경기 반등을 주도했던 부동산 경기 과열을 옥죄면서 주요 산업지표들의 성장률이 눈에 띄게 둔화하고 있다.
산업생산 증가율은 3월 18.1%를 고점으로 내리 하락하기 시작해 7월에는 13.4%까지 떨어졌다. 부동산 투자를 포함하는 도시고정자산 투자증가율도 올 들어 2월까지 증가율이 26.6%였지만 이후 연속 하락해 올 들어 7월까지의 증가율은 24.9%를 나타냈다. 올 들어 7월까지 소비도 17.9%로 전월 대비 0.4%포인트 축소됐다. 친환경ㆍ고효율 산업으로의 구조조정 촉진을 위해 철강ㆍ시멘트 등 주요 업종의 낙후된 공해유발 공장을 폐쇄하면서 전체적인 생산 능력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성장세 감축이 가속화하고 있는 요인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향후 하반기 인플레이션 등 주요 지표를 봐가며 긴축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은 경기 급강하를 야기할 수 있는 기준금리 등 본격적인 긴축카드보다는 은행 지급준비율 추가 인상, 공개시장 조작 같은 유동성 부문 조작을 통해 경기 조절에 나설 것이란 게 유력하다. UBS의 왕타오 이코노미스트는 "(경기 하강을 불러올 수 있는) 기준금리 인상보다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위안화 절상을 통한 수입 물가 하락을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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