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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부진과 금융 수수료 현실화를 위해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등 고위 임원들이 임금 삭감 등을 선언하면서 금융권의 올해 임금 협상 분위기도 급변하고 있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임금 인상이 대세였지만 사측을 중심으로 동결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당장 은행장들로 이뤄진 금융권 사용자 대표들은 23일 긴급회동을 갖고 올해 임금 인상안에 대해 의견을 조율하는데 고통 분담을 위해 '임금을 동결하자'고 제안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위해 은행장을 비롯한 고위 임원들이 전격적으로 임금 동결이나 삭감을 선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노조 측은 여전히 8%대의 인상을 요구하고 있어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의 경우 지난해에 못 미치는 3~4% 수준에서 임금 협상을 일단락 짓고 있다. 금융산업노조 관계자는 "노사 간 협상이 본격화되지 않았지만 지난해보다는 은행 사정이 좋지 않아 협상 과정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지난해 3.3% 인상안에 못 미칠 가능성이 높음을 내비쳤다.
◇은행권 협상 초반 이견 커=은행권 노조가 소속된 금융노조와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지난 5월 말부터 임금 협상을 개시했다. 금융노조는 일단 교섭 요구안으로 임금 총액 8.1% 인상안 카드를 내놓았다. 이 같은 인상안은 한국노총의 가이드라인이라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렵지만 노사 간의 의견 차이가 적지 않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사용자협의회 대표들은 23일 첫 회동을 갖고 올해 임금협상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사용자협의회는 일단 올해 임금 인상은 어렵다며 사실상 동결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용자협회의 관계자는 "동결이 목표라고 명시적으로 말하기는 부담되지만 현재 은행 상황은 예년과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동결이라는 용어에 협상 전략 차원의 의례적 표현보다 더한 무게감이 실려 있다는 것이다. 그는 "통상 10월에 협상이 마무리된 만큼 올해도 비슷하지 않겠냐"면서도 "악화되는 주변 환경에 대한 노사 공감이 이뤄진다면 예상보다 이른 9월 추석 전에 합의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금융노조 측도 "상대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협상 방향이 달라지겠지만 우리도 팍팍한 금융환경에 대해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점 통폐합, 구조조정 등 은행의 자구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수수료 인상에 대한 논의가 불거져 나온 것이 임금 협상 과정에서도 노조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보험 등 2금융권, 지난해보다 낮은 3% 인상=상당수 보험사들은 임금 인상을 마쳤거나 마무리가 임박했다. 마진 악화에 대한 전반적인 공감대로 노사 간 별다른 파열음 없이 협상을 조속히 마친 편이다. 현대해상의 경우 올해 전년(6%)의 절반 수준인 총액 3% 인상안에 합의했고 한화생명도 3% 내외 인상이 유력하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도 예년과 비슷한 수준에서 협상을 끝냈다. LIG손보도 지난해 5% 인상에 조금 못 미치는 4% 수준에서 일단락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은행권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이라며 "물가 상승률보다는 낮지만 3% 수준의 임금 인상을 이뤄 큰 불만은 없다"고 전했다.
이 밖에 카드사 노조들도 본격 협상을 앞두고 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대체적으로 지난해보다 낮은 2.5% 내외의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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