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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지주는 국내 4대 금융지주 안에 포함돼 있었지만 자산규모만을 놓고 볼 때 빅3에 한참 밀려 있었다. 하나금융이 매년 자산은 10%, 영업이익은 15%씩 키우는 목표를 세운 것도 덩치에서 밀리던 것이 작용했다. 하지만 외환은행을 품에 안은 뒤부터는 확실히 여유가 많아졌다.
김정태(사진) 하나금융 회장은 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신년 인터뷰에서 "이제부터는 숫자만 키워가는 확장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외환은행 인수로 자산 경쟁에서 우리ㆍKBㆍ신한금융과 맞먹거나 더 커진 만큼 이제는 성장의 질을 업그레이드하겠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비전 작업을 더 해야겠지만 경제ㆍ사회적 가치를 공유하면서 고객은 물론 직원 등의 바람을 모두 담는 그런 성장의 그림을 그릴 것"이라면서 "하나금융과 하나ㆍ외환은행이 함께 달성할 수 있는 목표를 설정, 조만간 내놓겠다"고 말했다.
동시에 성장의 축을 해외 쪽에 상당히 공을 들일 것이라는 계획도 내놓았다. 김 회장은 "자산의 10%, 영업이익 15% 성장은 해외 부문에는 여전히 유효하다"면서 "기회만 있으면 해외는 적극적으로 진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나금융의 또 다른 도약을 위해서는 외환은행과의 원만한 통합은 빼놓을 수 없는 부분. 인수 이후 통합속도를 놓고 외환은행 노조와 마찰을 빚었던 것도 성장을 위해서는 통합의 속도를 높이는 게 중요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인수 이후 1년 동안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부분도 있지만 아직 외환은행 직원들의 마음을 완전히 얻지는 못한 것 같다"면서 "눈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경제적 실익이 큰 부분과 직원들의 감성을 자극하지 않는 영역부터 차근차근 (통합작업을) 진행해나갈 것"이라면서 "'빨리 가려면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외환은행 직원들의 정서를 최대한 이해하고 외환은행 직원들의 눈높이에서 외환은행과 하나금융과의 관계를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의 사회적 역할을 두고는 "기업 스스로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알아서 해야 하는 시대"라고 진단했다. 김 회장은 "이제는 지속가능 한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누가 (사회공헌 활동을) 하라고 해서 하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스스로 활동을 펼쳐야 지속가능한 기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는 더 적극적인 사회공헌 활동 등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사회공헌 활동의 범위가 넓지만 올해는 가장 중점을 둘 분야가 바로 일자리다. 김 회장은 "일자리가 결국 최대 복지고, 새 정부도 일자리 창출에 많은 정책을 내놓지 않겠느냐"면서 "(하나금융도) 이 부분에 초점을 많이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다만 "금융 자체만으로는 일자리 창출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만든 복안이 간접적인 일자리 창출. 김 회장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데 그것 중 하나가 바로 해외로 나가 국내로 돌아오는 U턴 기업을 지원하는 것"이라면서 "이들 기업이 국내에 안착하면 일자리는 자연스럽게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저금리의 장기화, 국내외 경기의 침체 등으로 금융산업 환경도 상당히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올해 광고의 콘셉트가 '힘을 내자'다. 어렵지만 리스크 관리를 잘하고 적극적인 영업전략을 펼치면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 "상반기에는 상당히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하반기를 기점으로 회복기미가 뚜렷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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