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특별법 위헌 여부에 대한 공개변론이 오는 9일 열릴 예정이라 혼인빙자 간음죄, 간통죄에 이어 또다시 위헌 판결이 나올지에 대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 법에 대한 위헌 심리는 지난 2013년 1월 서울북부지방법원이 성매매 여성 A씨가 "국가가 착취나 강요 없는 성인 간 성행위까지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것을 받아들여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함에 따라 벌어지게 됐다. 재직 당시 '성매매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단속에 앞장섰던 김강자 전 종암경찰서장이 최근 위헌을 주장하고 나서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이 법에 대한 합헌, 일부 위헌 주장을 싣는다.
●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성매매, 저소득 여성의 성착취 현상
제공자는 '피해자'… 처벌 옳지 않아
인류역사 속에서 성매매금지법은 여성, 즉 여러 남자에게 성을 제공하는 여성에 대한 낙인찍기에서 시작됐다. 성행위 자체에 대한 비난보다는 우선 여러 남성과 성행위를 하는 여성이 부도덕하며 사회질서를 위협한다는 편견을 기정사실화한 후 남성이 그 여성과 잠자리하는 것이 부도덕하다는 규범으로 파생 발전해, 현재에는 여러 나라들이 성매매 행위 자체를 처벌하게 된 것이다. 성경에서도 남성이 '창기'와 잠자리를 하는 것에 대한 비난은 창기의 부도덕성에서 파생된다. (물론 이마저도 신전창녀와 일반창녀, 기혼창녀와 미혼창녀를 구분하지 못해 발생한 오해라는 주장도 있지만 성경의 주류적 해석을 따르자면 그렇다.)
물론 성매매는 단지 여러 상대와 성행위를 하는 것을 넘어서 대가를 받는다는 측면이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성매매를 장기매매 등과 비유하면서 인간의 존엄성 및 육체의 불가침성에 근거한 논변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장기매매를 금지하는 논거의 핵심에는 장기제공자에 미치는 위험과 불가역적인 훼손이 있다. 부자가 빈자의 장기를 사는 착취적 상황이라는 금지논거도 있지만 다른 착취와 달리 이 착취만큼은 개별행위 자체를 금지하려고 하는 고유한 이유는 장기제공자에게 미치는 위험과 훼손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를 제공한 사람의 회복비용을 선의로 제공하는 것까지 윤리적으로 비난받지는 않는다. 특히 난자제공에 대해서는 국내에서는 수십만원, 외국에서는 수백만원의 보상금이 지급되는 것이 법적으로도 허용된다. 그렇다면 성매매는 위험과 불가역적 훼손에 있어 난자제공과 장기매매 중에서 어느 쪽에 더 가까울까.
어떤 사람들은 성매매를 남성 중심사회에서 저소득 여성이 받아들여야 하는 성착취 현상으로 본다. 하지만 이 시각이 옳다면 바로 그런 이유로 성제공자인 여성이 처벌돼서는 안 된다.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물론 '성노동자'를 자임하며 성노동에서 보람을 찾는 많은 여성들은 자신들을 이렇게 차별 및 억압의 피해자로 보는 것을 거부한다. 하지만 나는 이 '성착취'론은 일종의 비유로 이해한다.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경고했듯이 자본주의는 수많은 사람의 빈곤과 착취를 동반할 수밖에 없고 많은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노동을 저임금에 팔아 생계를 유지하게 된다. 그런 면에서 거시적인 역사 속에서 모든 저임금노동자는 피해자라고 볼 수 있지만 그런 시각이 이들 저임금노동자에 대한 낙인이 되거나 그들의 자발성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성매매를 강간에 비유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어디까지 사회 전체적인 성차별의 정도를 체감하게 해주는 좋은 비유이지 성매수를 강간처럼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과는 다른 것이다.
지난해 유럽의회는 '성착취'론자들의 주도로 성매수자는 처벌하고 성제공자는 처벌하지 않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성노동'론자들은 이마저도 낙인이 된다며 극력 반대했지만 어느 누구도 성제공자를 처벌하자는 주장을 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논의지형은 어떤가. 성제공자를 처벌하는 것은 명백한 위헌이다. 성매매금지법에 내재된 성차별, 성제공자를 처벌에서 제외함으로써 해소하자.
● 이경아 법무법인 지엘 변호사·대한여성변호사회 교육이사
성적 자기결정권 유효한 노동 아냐
성매매 여성 차별·낙인 없애는 노력을
서울북부지법은 2013년 1월9일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의 처벌조항인 21조 1항의 위헌 여부 심판을 제청했고 헌재는 오는 9일 공개변론을 앞두고 있다. 담당재판부는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규정은 헌법 제10조가 보장하는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에 근거한 성적 자기결정권과 헌법 제17조가 보장하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고 직업으로 인정될 수 있는 성노동을 규제함으로써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위헌적 규정이라고 위헌제청 이유를 밝혔다.
성매매를 처벌하는 것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지를 논하려면 성매매시에 온전한 자기결정권이 작동되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섹슈얼리티의 매춘화'의 저자 캐슬린 배리는 "인간이 육체로 환원되고 동의가 있건 없건 타인의 성적 서비스를 위한 도구로 화(化)할 때 거기에는 이미 인간에 대한 폭력이 자행된 것… 매매춘은 여성의 동의가 있건 없건 여성억압의 제도적·경제적, 성적 모델"이라고 주장한다. 외관상 강요되지 않은 성매매 행위어도 성매매는 인간의 성을 상품화함으로써 성 판매자의 인격적 자율성을 억압하고 침해하므로 성적 자기결정권이 유효하게 작동된다고 볼 수 없다. 성매매가 헌법상 직업의 자유로 보장 받아야 하는 노동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공감을 얻기는 어렵다. 우리나라는 장기매매와 매혈을 처벌하고 있는데 '내 성을 팔아 돈을 버는 것'과 '내 장기나 피를 팔아 돈을 버는 것' 사이에는 근본적으로 어떠한 차이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장기매매나 매혈과 마찬가지로 성매매는 직업의 자유로 보장 받아야 하는 노동의 영역이라고 보기 어렵다.
성매매 여성들에게는 도덕적 낙인을 찍으면서도 성매수 남성들 대해서는 '그럴 수 있다'는 관대한 시각을 가진 이중적인 남성 중심적 성의식과 불평등한 성문화에 의해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인권침해가 발생하는 것이지 성매매를 처벌하는 데서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는다. 성매매 합법화가 이들의 인권향상에 기여한다는 생각은 순진한 환상이다. '성적 자유에 대한 관용이 자유시장주의와 맞물려 성매매를 합법적인 노동으로 재구성하고 국가적·국제적 성산업의 기반을 형성하도록 한 것'이라는 호주 멜버른대 실라 제프리 교수의 주장을 주의 깊게 살펴볼 만하다. 성을 상품화하는 현상이 만연한 현 사회에서 성매매를 '노동'으로 간주하는 것은 인권향상은커녕, 성매매 여성들을 성매매에 고착시킬 우려가 매우 높으며 성매매 업주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성산업 착취구조를 확산시키는 데 기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성매매 여성에 대한 차별과 낙인, 인권침해의 문제는 성노동으로써 인정과 성매매 합법화로 해결을 시도할 문제가 아니라 성을 팔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도록 끊임없는 대안을 제시하고 이를 위해 국가와 사회가 보다 많은 투자를 하고 사회문화적 구조와 의식을 변화시켜나가야 하는 문제다. 우리 사회는 이를 위해 충분한 논의를 해왔는가. 이에 대한 논의와 의식전환·제도정비·투자가 선행되지 않고 성매매 처벌규정의 위헌성만을 논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고 시기상조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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