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벤 카딘 민주당 상원 외교위원회 의원을 인용해 "미국 국무부가 쿠바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는 것을 권고했다"고 보도했다. 카딘 의원은 이번 결정이 "쿠바와 생산적 관계를 구축하려는 우리의 노력에서 중요한 전진"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권고로 미국과 쿠바의 국교정상화 협상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분석된다.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는 양국 관계의 최대 쟁점 중 하나였다. 미국은 그동안 테러지원국 해제 여부는 협상과 별개라는 입장을 고수해왔지만 쿠바는 테러지원국 해제가 국교정상화를 위한 선결과제라고 주장해왔다.
최종 결정권자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국무부의 판단에 힘을 실었다. 그는 이날 포샤 심프슨밀러 자메이카 총리와의 회담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상황이 바뀌게 되면 테러지원국 명단 역시 같이 바뀌는 것"이라고 언급하며 쿠바의 테러지원국 해제 의중을 내비쳤다. WSJ는 10일 오바마 대통령이 파나마에서 개막하는 미주기구(OAS) 정상회의에서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 50여년 만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쿠바에 평화의 제스처를 내놓은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파나마에서는 쿠바의 심기를 거스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쿠바 혁명가 체 게바라의 암살을 주도한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 펠릭스 로드리게스가 사형 직전 체 게바라를 찍은 사진을 들고 파나마 수도 파나마시티에서 웃는 모습이 지역 언론 텔레수르에 포착된 것이다. 텔레수르는 로드리게스가 OAS의 부대행사로 열리는 시민사회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파나마에 왔다고 전했다. 쿠바 정부 대표단은 "로드리게스는 이번 회의에 부적절한 인물"이라며 당장 추방할 것을 파나마 정부에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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