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에 탔던 교사들이 괜히 죽었겠어요. 학생들 피난시키려다 빠져나올 시간을 놓쳤을 텐데 이게 '순직'도, '의사자' 처리도 안 될 거라고 하니 같은 공무원으로서도 황당합니다."
어느 기획재정부 간부의 탄식이다. 그의 지인이 지난달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에 탔던 교사를 자녀로 두고 있는데 정부 당국자들이 해당 교사의 유족들에게 순직도, 의사자 인정이 어렵다고 설명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경기도 교육청도 이 문제로 고민이 크다. 정황상·정서상 세월호 탑승 교사들은 분명히 제자 구조를 위해 의롭게 목숨을 바쳤을 게 분명한데 정작 정부 부처와 관계기관들은 '법 규정'과 '전례' '증거'만을 따지며 예우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탓이다. 한 교육 공무원은 "경기도교육청이 고인과 유족의 명예를 살려주려고 사방팔방으로 수소문하고 있는데 예우 절차와 기준이 법마다, 부처마다 제각각이고 워낙 기준이 까다로워 같은 공무원마저도 혀를 내두를 정도라더라"고 전했다.
실제로 서울경제신문이 관련 법령을 분석해보니 의롭게 목숨을 희생한 국민을 기리는 예우체계는 난맥 그 자체였다. 현행법상 의인에 대한 공식적인 예우체계는 △공무상 사망자 △순직자 △국가유공자 △의사자로 사분돼 있고 관련 법체계도 공무원연금법, 국가유공자법,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법, 경찰공무원법, 교도관직무규칙 등 10여가지로 흩어져 있었다. 이를 담당하는 중앙행정 부처 및 산하기관은 안전행정부·보건복지부·보훈처·공무원연금관리공단·근로복지공단 등으로 쪼개져 있는데 지방자치단체 등 접수창구까지 포함한다면 실제 담당 당국의 구조는 한층 복잡해진다. 경기도교육청의 한 관계자도 "행정절차를 좀 안다는 공무원인 내가 다녀도 워낙 복잡하고 보상절차에 대한 정보 접근이 쉽지 않다"며 "국민의 희생을 기리겠다는 제도이지만 정작 일반 국민은 혜택을 받기가 너무나 어려운 구조더라"고 꼬집었다.
법률이 다르다 보니 고인에 대한 예우제도별 요건도, 보상 내역도 천차만별이다. 우선 네 가지 예우제도 중 민간인이 수혜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의사자 인정과 공무상 사망'뿐이다. 나머지는 공무원에게만 해당된다. 그런데 공무상 사망은 의사자보다 더 심사절차가 까다롭다. 따라서 민간인이 의롭게 사망했다면 사실상 의사자 적용이 유일한 혜택이라고 관계 당국들은 전했다. 문제는 다른 예우제도들과 달리 의사자의 보상체계에서는 유족연금이 없다는 것이다. 일시금 형태로 보상금이 지급되기는 하는데 이 역시 기준이 일정하지 않고 전국 가구 가계소비지출액 등을 고려해 결정하도록 애매하게 돼 있다.
공무원이라도 신분에 따라 사실상 예우가 제한돼 있다. 순직제도는 거의 경찰공무원·소방직공무원처럼 위험직무에 종사하다가 사망한 공무원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의로운 국민을 기리는 법체계와 행정체계를 일원화하고 일반 국민이 쉽게 정보와 절차를 알 수 있도록 정보채널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아울러 현행법상으로도 충분히 예우를 인정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데도 지나치게 관계법 조항들을 기계적으로 해석해 몸을 사리는 공직사회의 책임회피 관례도 깨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도 안될 경우 세월호 의인들을 순직자 등으로 인정하기 위한 특별법 마련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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