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번 공정위 발표에 새로운 내용은 별로 없다. 대신 일부 작위적인 대목이 눈에 띈다.
가령 납품업체들이 부담하는 판촉행사비는 실질 금액을 기준으로 삼아 해마다 크게 늘어난 점이 눈에 띄게 보이도록 한데 비해 유통업체들이 인하하는 판매수수료는 백분율의 산술적 차이를 기준으로 해 상대적으로 '찔끔'줄어든 것처럼 표시했다.
백화점의 1개 점포가 개별 납품업체에 부담시키는 평균 판촉행사비가 지난 2009년 1,200만원에서 2011년 1,400만원으로 200만원(17%) 증가한 반면 판매수수료는 29.7%에서 29.2%로 '0.5%포인트'인하에 그쳤다는 식이다. 얼핏 보면 행사비 증가율이 더 큰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금액을 비교하면 그렇지 않다는 게 유통업계의 주장이다.
또 공정위는 유통업계가 잘 나가던(?) 시점만 기준으로 삼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예컨대 판촉 사원 수가 그렇다. 공정위는 2009년 3만명가량이던 이마트ㆍ홈플러스ㆍ롯데마트 등 3대 마트의 판촉사원 수는 지난해 4만3,000명으로 급증했고 롯데ㆍ신세계ㆍ현대 등 3대 백화점의 판촉사원 수는 8만명에서 10만명으로 늘었다고 했다. 3년이라는 이 기간 동안 신규 점포가 얼마나 늘었고 기존 점포 대비 사원 수가 얼마나 늘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더 의문스러운 점은 이번 조사 결과에 모두 올해 실적이 반영된 내용은 없다는 것이다. 올해 경기 침체로 백화점,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들은 사상 유례없는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들 업체의 기존 점포는 내수 경기 침체로 실적이 악화돼 판촉 사원 수를 줄이거나 유지했다. 실제로 A마트의 경우 지난해 12월 기준 협력사원이 4만명이었지만 올 5월 현재 3만7,000명으로 3,000명 줄었다. 같은 기간 점포 수는 5개나 늘었다. 공정위가 보다 극적인 수치를 내놓기 위해 올해가 아닌 지난해까지의 기간을 비교한 것이라는 의구심이 든다.
소비 심리의 바로미터는 유통 시장이다. 공정위의 '채찍'이 유통업체들의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경기 회복 속도를 더 늦추게 되지 아닐까 우려된다. 유통업체에 '당근'도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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