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홍에 휩싸인 KB금융이 본입찰 이후에도 입찰 가격을 바꿀 수 있는 프로그레시브 딜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롯데손해보험이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다만 본입찰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써 낸 동양생명(보고펀드)과 사업 구조 재편이 절실한 KB금융의 저력도 무시하긴 이르다는 반론도 있다. 만약 KB금융이 ING생명, 우리투자증권에 이어 LIG손보 인수전에서도 고배를 마실 경우 책임 소재 추궁이 불가피해 KB금융 수뇌부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LIG손보의 우선협상대상자가 이르면 이달 말 결정되는 가운데 본입찰에서 보고펀드가 6,000억원을 훨씬 웃도는 가격을 써냈다. 롯데와 KB금융은 5,000억원 후반대로 그 뒤를 추격하고 있다. 보고펀드가 가장 앞서지만 입찰가와 매출을 연계하는 부대 조건을 달아놓은 게 흠이다. 가령 올해 매출이 보고펀드가 제시한 기준 이상이면 매입가격을 올려주는 식이다. 매각자 입장에서는 통제하기 힘든 변수가 혹처럼 붙은 셈. 사모펀드에 대한 거부감이 적지 않은 마당에 매입 조건마저 있어 시장 안팎에선 보고펀드가 배제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 경우 롯데와 KB금융 2파전으로 좁혀진다. 중국의 푸싱그룹과 자베즈·새마을금고 컨소시엄은 본입찰 가격도 낮고 다른 후보에 비해 절박성도 덜해 진검승부에서 한발 비켜 있다.
특히 KB 사태로 롯데가 유리해졌다. 롯데는 이미 본입찰보다 더 올린 가격을 매각자 측에 제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앞서 롯데는 5년 이상의 고용 보장과 인위적 구조조정 배제 방침 등을 밝혔다. LIG손보 노조 달래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KB금융은 일사불란한 대응이 가능할지 미지수다. 당국의 특별검사 칼끝이 어디로 향할지 가늠할 수 없어 KB금융 이사회가 인수전에 몰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롯데로 무게추가 차츰 기우는 형국이다.
금융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진짜 승부는 (가격 수정이 가능한) 지금부터"라며 "KB 사태로 롯데와 보고펀드 중에 한 곳이 LIG손보를 가져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진단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