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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력 큰 신천지"…美·EU업체들 싱가포르 등 亞에 새 둥지

자본시장의 돌파구 헤지펀드 <2부> 선진시장을 가다, '대안의 땅' 아시아<br>싱가포르 1년여간 22곳 신설<br>번창하는 금융 서비스 산업이 경제성장 이끄는 원동력으로<br>한국도 제도적 여건 마련 시급 까다로운 '인가' 규제도 풀어야

싱가포르 정부가 헤지펀드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면서 글로벌 자금이 속속 몰려들고 있다. 싱가포르 중심가에 있는 멀라이언 상 뒤로 글로벌 금융회사가 입주해 있는 고층 건물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싱가포르=임진혁기자


싱가포르의 관문인 창이국제공항에서 전철(MRT)로 30분 거리에 있는 오처드 거리. 싱가포르의 명동이라 불리는 이곳의 한 쇼핑몰에 들어서자 입점해 있는 매장마다 물건을 사려는 쇼핑객으로 가득했다. 쇼핑몰을 나오자 이번에는 라마단(이슬람력 9월로 해가 떠 있는 동안 금식하는 기간)이 끝나는 것을 기념하는 공휴일 '하리라야푸아사(Hari Raya Puasa)'를 맞아 이를 즐기려는 외국인과 현지인으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이 같은 역동성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금융중심지 래플스광장과 맞닿아 있는 리퍼블릭타워에서 만난 이남우 BoA메릴린치 아시아태평양 지역 담당 헤드(전무)는 헤지펀드를 싱가포르 역동성의 최대 요인으로 꼽았다. 이 전무는 "헤지펀드 회사는 겉으로 보면 별 볼일 없는 규모지만 해외에서 이들을 찾아오는 무수한 애널리스트와 기업을 고려하면 산업효과가 엄청나다"고 설명했다. 헤지펀드가 발생시킨 산업 유발 효과와 외국인 투자가 싱가포르의 금융산업을 눈부시게 발전시키며 다른 동남아에서는 찾을 수 없는 역동성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싱가포르 경제성장률은 무려 14.5%. 싱가포르 정부가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적극적인 세금 감면정책을 펴면서 만들어낸 성과다. 특히 싱가포르 금융서비스산업은 지난 2009년 전체 외국인직접투자의 41.7%를 차지할 만큼 싱가포르 경제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그래도 풀리지 않는 궁금증이 있었다. 헤지펀드들은 왜 싱가포르와 같은 나라를 선택했을까. 그에 대한 실마리는 미국에 가자 풀리기 시작했다. 뉴욕 타임스퀘어의 W호텔에서 만난 스위스 '앰플리튜드 캐피털'의 하이코 추울케 기업설명회(IR)부문 헤드는 "현재 아시아의 투자자 비중은 10% 수준에 불과하지만 가장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이라고 본다"며 "명석한 두뇌와 글로벌 마인드를 가진 아시아의 금융 전문 인력을 통해 좋은 상품을 선별하고 투자할 수 있는 역량을 쌓아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 들어 아시아 국가들이 헤지펀드 관련 규제를 풀고 있는데다 포화 상태인 선진시장과 달리 아시아에서 새로운 시장이 이제 막 열리고 있다는 점도 글로벌 헤지펀드의 아시아 이동을 재촉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헤지펀드 측면에서 보면 아시아 시장은 떠오르는 신천지라는 뜻이다. 그래서일까. 현지에서 만난 상당수 헤지펀드들은 너도 나도 아시아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었다. 미국 코네티컷 스탬퍼드에서 만난 구조화상품 투자 전문 회사 '알라딘 캐피털'의 키스 이네스 전무는 "회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투자 층을 넓혀야 하는데 경쟁이 치열한 미국과 달리 아시아 시장은 아직 경쟁이 덜해 이제 막 시장이 열리는 한국 등으로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싱가포르의 현재를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실제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헤지펀드들은 규제를 피해 뉴욕이나 런던에서 홍콩과 싱가포르로 거점을 속속 자리를 옮기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의 경우 적극적인 육성정책으로 '헤지펀드의 천국'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다. 이에 따라 2010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미국에서는 헤지펀드가 4곳만 새로 생겼고 영국은 단 한 곳도 신규펀드가 없는 상황이지만 싱가포르는 22곳의 헤지펀드가 새로 둥지를 틀 정도로 번창하고 있다. 올 상반기만 놓고 볼 때에는 세계적으로 새롭게 만들어진 헤지펀드 24곳 중 3분의1에 달하는 7곳이 싱가포르에서 생겨났다. 아시아 헤지펀드 시장이 떠오르면서 새롭게 헤지펀드 도입을 앞두고 있는 한국도 글로벌 헤지펀드들에게 또 다른 기회의 땅으로 다가서고 있다. 실제로 뉴욕에 본사를 둔 요크캐피털과 알라딘캐피털은 펀드 등록과 한국 내 사무소 설치를 준비하고 있고 뉴욕에 기반을 둔 헤지펀드 'FX CONCEPTS'도 싱가포르 지사를 중심으로 한국 시장 진출에 적극적인 의사를 보이고 있으며 매달 실무자들이 한국을 방문해 시장 상황을 체크하고 있다. 이네스 전무는 "한국은 기관 자금이 풍부하고 성장 잠재력도 높은 시장"이라며 "단순히 한국 자금을 유치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금융시스템을 이해하고 고객의 니즈에 맞는 상품을 선보이기 위해 사무소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한국투자공사(KIC) 본부장을 지낸 뒤 2008년부터 싱가포르에 헤지펀드 'Brim'을 만든 구안 옹 대표도 "제도적 여건만 마련된다면 한국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고 적극적인 의사를 피력했다. 하지만 이들이 한국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국내 제도가 어떻게 형성될지, 헤지펀드 특징의 높은 보수를 한국 투자자들이 이해할지 등은 해외 헤지펀드의 국내 시장 진출을 머뭇거리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롱쇼트 전략을 구사하는 헤지펀드 'aps'의 김성욱 아시아 투자 헤드는 "한국 시장에서는 헤지펀드가 돈을 벌어다준 만큼 높은 보수를 지불하는 데 아직 익숙지 못하다"며 "헤지펀드의 구조를 잘 이해할 수 있는 투자자들만 있다면 진출하려는 시도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 당국이 외국계 헤지펀드 인가시 한국형 헤지펀드보다 까다로운 잣대를 적용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부담 요인이다. 유럽계 대형 헤지펀드사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한국에 펀드를 등록하고 기관자금을 유치하고 싶어하지만 외국계 펀드라는 이유만으로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며 "역내펀드와 역외펀드, 토종 운용사와 해외 운용사가 자연스럽게 경쟁을 벌이며 산업이 발전했던 홍콩ㆍ싱가포르 등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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