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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이른 아침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해태제과 중부물류센터. 5,600㎡(1,700평) 규모 물류센터 안에서는 보슬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상품 출하작업이 한창이었다. 해태제과 중부물류센터는 강원도 원주, 충남 천안, 대구, 전남 광주 등지의 공장에서 생산한 200여 종의 제품을 모은 후 다시 서울·경기·인천·강원 일대 해태제과 지사와 영업소로 제품을 배분하는 곳이다.
중부물류센터에서 출하 0순위는 단연 허니버터칩이다. 출시 후 7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품귀 현상을 빚고 있어 허니버터칩은 공장에서 물류센터로 도착하자마자 서울·경기·인천·강원행 배송차량에 실린다. 물류센터에서는 하루에 허니버터칩을 3,500~6,000박스씩 출하한다. 박스당 1,500원짜리는 16봉지, 3,000원짜리는 10봉지가 들어 있어 낱개로 환산하면 3만5,000~9만6,000개가 매일 각지로 배송되는 셈이다. 하지만 시중 수요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물량이다.
김명한 해태제과 물류 운영팀 대리는 "맛동산 같은 스낵류는 3~5일, 에이스 등 비스킷류는 물류센터에서 일주일 가량 머무는데 허니버터칩은 길어봤자 하루도 안된다"며 "제품이 생산되자마자 각지로 실려가고 매장에 진열되기가 무섭게 팔리는 걸 보면 '신비의 과자'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고 웃었다.
얼마 뒤 서울로 향하는 허니버터칩 배송차량을 따라 해태제과 용산영업소를 찾았다. 정두호 용산영업소장은 허니버터칩이 박스째 차량에 실리는 모습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제과 영업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정 소장은 "1980년대 프로야구 열풍 속에서 홈런볼이 엄청난 인기를 누렸지만 그래도 허니버터칩처럼 품귀 현상까지 나타나진 않았다"며 "소비자들이 먹고 싶은 과자를 돈이 있어도 못 사먹는 건 현장 영업 20여 년 만에 처음 보는 광경"이라고 말했다.
정 소장의 말대로 20여 년 전 홈런볼의 인기는 실로 대단했다. 홈런볼 출시 바로 다음 해 시작된 국내 프로야구의 원년 홈런왕을 해태 타이거즈의 김봉연 선수가 차지하면서 홈런볼의 인기도 덩달아 높아졌다. 이듬해엔 해태 타이거즈가 아예 한국시리즈 우승까지하면서 홈런볼은 대박을 쳤다. 그런 홈런볼의 아성을 지난 해 출시된 허니버터칩이 뛰어넘은 것이다. 정 소장은 "소비자들이 영업소로 직접 연락하면 쉽게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허니버터칩 대량 구매 문의가 여전히 빗발친다"며 "하지만 거래처에 보내기로 약속된 물량도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심지어 허니버터칩의 동생이라 불리는 허니통통까지 물량이 달린다"며 "참 재미있는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몇 박스 되지 않는 허니버터칩을 차량에 싣고 소매 거래처를 도는 영업 사원들의 사정이야말로 곤혹스럽다. 이영재 해태제과 용산영업소 대리는 "일부 점주들은 허니버터칩을 납품받아도 박스를 뜯어 매대에 진열하지 않는다"며 "단골고객용으로 숨겨 놓고 팔거나 선불 예약 판매를 한다는 점주도 있을 정도"라고 귀뜸했다.
해태제과는 허니버터칩의 물량 부족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최근 강원도 원주 문막공장 옆에 신규 공장을 짓기로 파트너사인 일본 가루비와 협의를 마쳤다. 이에따라 내년 2~3월부터는 생산 물량이 현재의 2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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