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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일제 이르지 않다
입력2002-09-22 00:00:00
수정
2002.09.22 00:00:00
우리나라는 노동법에 관해서 국제적으로 큰 과제를 안고 있다. 그것은 선진국 수준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국제노동기구(ILO)의 협약ㆍ권고의 수준을 견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어떻게 비춰지고 있는가는 노동법 등을 보면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장시간 노동하는 나라' '과로사가 세계 으뜸인 나라' '산업재해가 많은 나라' '주휴 2일도, 18일의 연차휴가(ILO의 최저기준)도 쉬지 않고 일하는 나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는 가입했으나 노동법제는 발전도상국 수준에 묶어둔 나라'로 비춰지고 있다. 근간에 주5일제만 하더라도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으나 국가위상과 국민의 건강,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도 국제적 수준으로 조정돼야 할 문제다. 원래 주40시간제는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취한 뉴딜정책에서 그 배경을 찾아볼 수 있다. 지난 1929년 뉴욕 월가의 증권파동으로 그 한해만도 250만명의 실업자를 내고 30년대 총 1,700만 실업자의 대홍수 속에서도 주40시간제 실시, 시간단축에 의한 고용창출을 한 것은 너무나 유명한 일로 당시나 지금이나 실업대책의 중추가 되는 정책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 아래에서 1935년 ILO 제20차 총회가 주40시간제의 협약을 채택한 것이다. 당시 이 협약이 채택된 근본원인은 과학의 진전이 비약적으로 발달해 합리적 사고와 법리가 대두된 때문이었다. 이후 각국은 국제기준을 지향했다. 67년 ILO 조사에서도 주40시간의 나라는 영ㆍ독ㆍ불ㆍ이를 비롯해 스위스ㆍ스웨덴ㆍ노르웨이ㆍ옛 소련 등 많은 나라가 주40시간제를 실시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 협약이 채택된 지 70년여가 지났는데도 이에 대한 비준이나 시정은 하지 않고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이 답보상태에 있다. 무역규모는 세계 11~13위지만 1인당 국민소득은 54위에 머물고 있는 이유도 생각해봐야 한다. 여기서 우리는 노동법에 있어서도 국제공정경쟁을 외면하고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근로기준법만 하더라도 ILO 협약ㆍ권고의 국제기준을 하회하는 수준으로 OECD에 가입한 30개 국가 가운데 협약 비준(평균 67개)도 최하위인 18개를 비준하고 있다. 이러면서도 마치 우리가 선진국 수준에 있는 것같이 착각하고 있다. 이는 분명히 우리나라의 수준이 선진국은 더더욱 아니며 국제기준에도 미달되는 발전도상국 수준에 있다. 시간법도 그러려니와 휴가ㆍ휴일에 있어서도 주휴 52일, 공휴일 17일, 월차휴가 12일, 연차휴가 10~20일로 근로자가 쉴 수 있는 날은 91~102일에 이른다. 실제 일수는 78.8일(여름휴가도 4.8일) 쉰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G7의 나라들이 150일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이다. 전후 세계 각국은 인간의 존엄과 생명의 존엄성, 인간다운 삶을 목표로 법이 제정됐다. 이를 외면하는 것은 이기적 자본축적에만 치우친 것으로 사회적 범죄행위에 필적하는 것이다. 일찍이 오스트리아는 1856년 세계 최초의 8시간제를 확립한 나라이기도 하나 이 나라는 15년 근속자가 연간 쉴 수 있는 일수는 199일에 달한다. 한편 뉴질랜드는 세계 최초의 1일 6시간제를 확립하고 주평균 27시간이 정착하고 있다. 오늘 우리나라는 노동법이 대외적으로 어떠한 평가를 받고 있는가. 우리는 대부분의 노동법 조항이 ILO 협약ㆍ권고에 미달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따라서 노동법을 하루빨리 국제기준에 맞춰 조정하는 것이 급하다. 이는 경영주에게도 도움이 되는 것이다. 오늘의 세계는 노동법에 있어서도 '국제화' '보편화' '통일화'의 경향 속에 국제기준 이상의 나라가 모두 선진국이 되고 있다. 노동집약적 사고와 '특수사정'을 강조하나 국제기준 미달의 법제를 가진 나라가 선진국이 된 사례는 없다. 또한 주40시간으로 단축된 만큼 임금도 단축된 시간만큼 인하해야 한다는 궁색한 논리도 외국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 우리 이웃의 모든 나라가 다 시행하는 주5일제를 우리만이 시기상조라고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 또한 실시시기도 앞당기는 것이 옳다. 정부는 국제적 시각에서 근로자들이 건강하고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꿈의 실현을 위해서, 또 우리나라의 선진화를 앞당기기 위해서도 ILO 협약ㆍ권고에 맞춰 국제 수준으로 법을 조정해야 한다. /이을형(한국비교노동법연구소소장ㆍ한국국제노동법정책학회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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