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여행객 증가와 해외 직접구매 열풍에 힘입어 나라 밖에서의 신용카드 사용액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반면 내수 침체의 여파로 국내 사용액은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고 건당 결제금액도 1년 전보다 줄었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014년 중 지급결제동향'을 보면 지난해 신용카드와 체크카드·선불카드 등 지급카드의 일평균 사용액은 전년보다 5.5% 늘어난 1조7,3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소득공제율이 30%에서 40%로 높아진 영향으로 체크카드를 통한 결제가 하루 평균 3,116억원으로 18.3%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반면 정보유출 사고로 카드사의 신규 발급이 주춤하면서 신용카드 이용실적은 3.1% 증가한 1조4,160억원에 그쳤다.
특히 신용카드의 경우 나라 안팎의 사용액 증가율 차이가 컸다. 지난해 우리 국민은 해외에서 하루 평균 250억원을 신용카드로 결제했다. 이는 전년 대비 13.8% 늘어난 수치로 국내 신용카드 사용액 증가율(3.0%)을 4배 이상 웃돌았다.
해외에서의 신용카드 사용액이 크게 늘어난 것은 원화 강세에 힘입어 해외 여행객이 늘어난데다 해외 직구 열풍이 분 때문이다. 한국문화관광원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내국인 출국자 수는 1,608만명으로 전년(1,485만명) 대비 8.3% 늘었고 해외 직접구매액도 30% 넘게 증가했다.
반면 내수침체 여파로 국내에서는 씀씀이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카드의 건당 결제금액은 4만6,000원으로 1년 새 4,000원이 줄었고 체크카드의 건당 결제액도 2,000원 줄어든 2만6,000원을 기록했다.
업종별 신용카드 이용액 증가율 역시 백화점(2.3%)과 대형 할인점(-4.5%) 등 소비액이 많은 곳보다는 편의점(15.1%)과 슈퍼마켓(6.2%), 일반음식점(5.3%) 등 생활밀착업종이 높았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내국인 출국자 수가 꾸준히 증가한데다 원화 강세의 영향으로 해외 물품의 구매 비용이 하락하면서 신용카드의 해외 이용금액이 큰 폭을 늘었다"면서 "반면 국내에서는 내수침체와 카드회사의 정보유출 여파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고 소액결제가 보편화하면서 건당 결제금액도 감소했다"고 말했다.
한편 세제혜택 확대로 체크카드 발급이 크게 늘면서 신용카드와의 발급장수 격차가 더 커졌다. 지난해 말 기준 체크카드 발급장수는 1억8,700만장, 신용카드는 9,230만장을 기록했다. 체크카드는 지난 2013년 처음으로 신용카드 발급 장수를 넘어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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