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일 휴대폰 보조금 규제가 8년 만에 폐지되면서 이동통신업계에 대회전의 막이 오르고 있다. 보조금규제의 일몰을 앞두고 소비자들도 ‘더 좋은 휴대폰을 더 싸게 살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하지만 새로 출범한 방송통신위원회가 초기부터 통신시장의 혼탁양상을 방치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휴대폰 보조금이 크게 오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보조금 더 늘어날까 = 휴대폰 보조금은 적법과 탈법의 선을 넘나드는 존재다. 통신업체가 고객에게 가입기간 및 이용실적에 맞춰 지급하는 보조금은 합법이다. 업체는 아울러 타사 가입자 유치나 영상통화를 기본으로 한 ‘3세대’ 서비스 신규고객 유치를 위해 ‘판매장려금’이란 명목으로 대리점이나 소매점에 편법적으로 상당금액의 리베이트를 얹어주고 있다. 합법 보조금에 리베이트를 합친 가입자당 총 보조금 지급 수준은 대략 30만원 안팎이었다. 그러다 SK텔레콤과 KTF간 영상통화를 기반으로 한 3세대 서비스 고객유치 경쟁이 불붙으면서 보조금은 45만원선까지 뛰었다. 40만원대의 최신형 휴대폰도 번호이동 등 가입조건에 따라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최근 시장 과열로 보조금 수준이 크게 상승하자 규제가 없어진다고 하더라도 당장 보조금을 추가로 늘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업체들은 특히 정보통신부를 대신해 새로 출범하는 방통위에 첫번째 희생양으로 찍히는 일은 피하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한 이동통신업체 관계자는 “방통위가 보조금 규제 폐지와 함께 시장자율을 얼마나 부여할지 지켜보고 있다” 며 “방통위의 가이드라인을 무시했다 시범케이스로 호되게 당하는 일은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무약정제 재도입 효과는? = 보조금 규제가 사라지면 이르면 4월, 늦어도 상반기내에는 의무약정제가 시행될 전망이다. 일정 기간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하는 조건으로 보조금이나 요금 할인혜택을 주는 의무약정제가 보조금 자율화에 따른 시장과열을 막는 방패막으로 도입되는 것이다. 의무약정제가 시행되면 고객은 약정에 따라 휴대폰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또 이통사들이 최근 망내할인 확대, 표준요금제 인하 등 전반적인 요금인하에 나서고 있어 더욱 싼 요금으로 휴대폰을 이용할 수도 있다. 반면 고객은 의무약정제 때문에 휴대폰을 잃어버리거나 부득이하게 해지하려 할 때는 위약금을 물어야하고 기존 번호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문제도 있다. 번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직접 휴대전화를 구입해 기기변경을 해야 하는데 이 경우 보조금 없이 수십만 원을 지출해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용산 전자상가의 한 유통업자는 “정부가 단말기 분실시 해지, 위약금 조항 등을 어떻게 제시할 지 두고 봐야 할 것”이라며 “의무약정제는 소비자에게 약이 될수도 있지만 독이 될 수 있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통 3사는 전투 태세 = SKT, KTF, LGT 등 이동통신업체들은 일단 26일 전까지 고객유치에 올인한다는 목표 아래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쇼’를 앞세운 KTF가 마케팅 비용을 집중적으로 쏟아붓고 있다. 새로운 시장환경에서는 업체들이 서로 눈치를 보거나, 정책당국의 입장을 모니터링하며 숨고르기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통신업체들이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올 해를 시장 자율경쟁의 원년으로 보고 있어 “밀리면 죽는다”는 인식이 내부적으로 팽배해 있다. 이통 3사는 보조금규제 폐지에 따라 마케팅전쟁에 바로 돌입할 생각은 없지만 어디선가 총소리가 들리는 순간 곧장 뛰어나갈 만반의 준비를 내부적으로 하고 있다. SK텔레콤의 한 사업팀 관계자는 “(휴대폰이)당장 필요하다면 기다리는 것보다 지금이 더 적기일 수 있다” 며 “다만 급하지 않으면 요금인하 등 가입조건과 휴대폰 성능 및 가격을 좀더 따져보며 기다려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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