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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성 회장의 '스완 송'


임종건 언론인


백조는 죽을 때 가장 아름다운 소리로 노래를 부른다고 한다. 이른바 '스완 송'이다. 예술가가 필생의 노력으로 완성한 불멸의 작품을 일컬을 때도 있고 인간이 세상을 떠나면서 남긴 참회나 용서의 한마디를 일컬을 때도 있다.

기업인이자 정치인이었던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지난 9일 자살이라는 충격적인 방법으로 생을 마감했다.

죽기 직전 한 신문사 기자와 휴대폰으로 한 인터뷰에서 현 정권의 실세들에게 뇌물을 줬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그가 입었던 바지 주머니에서는 인터뷰 내용을 입증하는 8명의 이름과 금액이 적힌 자필 뇌물 리스트가 발견됐다.

정치자금법 후원한도 낮아 '변칙운용'

억울함과 배신에 대한 분노로 가득한 그의 말들은 분명 스완 송은 아니다. 그러나 인터뷰에서 한 말 가운데 "나 하나의 희생으로 끝나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진짜 깨끗한 사람을 앞세워 깨끗한 정부가 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대목만큼은 스완 송처럼 들리고 또 정치판의 썩은 내를 걷어낼 스완 송이 돼야 한다.

그러나 48분 동안 쏟아낸 성 회장의 말들은 그럴 가능성보다 세상을 깨끗하게도 못하면서 시끄럽게만 하는 '소음'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검찰이 뇌물 리스트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으나 주요 관련자들은 하나같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2012년 대선 때 새누리당 선거대책본부의 조직총괄 본부장이었던 홍문종 의원은 "1원 한 장 받았으면 정계에서 은퇴하겠다"고 했다. 성 회장이 "3,000만원을 줬다"고 한 이 총리는 "돈을 받은 증거가 나오면 목숨을 내놓겠다"고 했다. 부인의 강도가 너무 강해 오히려 어색하고 불신을 자초하는 모양새다.

제3자를 통해 받았을 가능성을 시사하며 "성 회장의 선거법 위반 사건에 도움을 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오히려 솔직한 느낌이다.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이 "구명요청을 들어주지 못하자 매우 섭섭했던 것 같다"고 한 말도 같은 맥락이다.



성 회장의 일정표가 공개되고 나서야 대부분 아는 사이이며 만난 적이 있다고 시인했지만 금품수수 부분은 여전히 부인 일색이다. 특히 이 총리의 경우 충남에서 경찰청장·국회의원·도지사를 지낸 몸으로 관내 주요 기업 회장인 성 회장을 잘 알아야 더 자연스럽다.

성 회장은 돈을 줄 때 명분을 잘 맞췄다. 당내 경선 또는 총선·지방자치단체선거·대통령선거 등 자금 수요가 큰 행사 때 후원금 형식으로 건넸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만 그의 야인시절 해외여행 경비에 보태라며 줬다고 했다.

전보다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선거가 정당들에 돈 먹는 하마이기는 마찬가지다. 선거 후원금이라는 명분이 붙는 돈을 마다할 정치인은 드물다. 적법하게 회계 처리하기 어려운 돈도 일단 받아 쓰고 보는 것이다.

정치자금법에 규정된 후원 한도는 대선 후보에게는 1,000만원, 기타선거 후보에게는 500만원이다. 성 회장의 뇌물 리스트에 오른 3,000만~7억원은 우선 금액에서 불법적인 돈이다. 기업의 정치 후원을 금지한 정치자금법이 실제에서 어떻게 변칙적으로 운용되고 있는지를 유추하게 한다.

정쟁 일삼다 법개정 흐지부지될 수도

대가성을 따져야 하는 뇌물죄는 수수 쌍방이 살아 있어도 입증하기 어려운 범죄다. 뇌물을 준 사람이 죽은 마당에 받은 사람의 혐의를 입증하기는 더욱 어렵다. 관련자들이 강하게 혐의를 부인하는 심리의 저변도 그것일 것이다.

성 회장처럼 여러 정당, 여러 정부를 거치면서 정치를 기업활동의 지렛대로 삼아온 경우 뇌물거래의 범위가 넓어질 수밖에 없다. 이미 현 정권 실세만이 아니라 야당 정치인이 포함된 리스트도 나돌고 있다.

이 사건도 필시 진실규명은 뒷전인 채 여야 간 정쟁만 일삼다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크다. 관련자들에게 정치적 책임이 아니라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이 성 회장의 폭로를 스완 송으로 만드는 길인데 그런 기대는 이미 절반은 물 건너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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