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국공채에 투자하는 한화단기국공채펀드가 블랙홀처럼 시중 자금을 빨아들여 설정액이 1조5,000억원을 돌파했다.
저금리와 증시 하락 속에 갈 곳을 잃은 자금이 수익률이 비교적 높고 안정적인 상품을 찾아 쏠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0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한화자산운용의 한화단기국공채 펀드에 9월 들어 채 2주일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1,071억원의 자금이 들어와 총 설정액이 1조5,220억원으로 집계됐다.
현재의 자금유입 추세와 이 펀드에 7월 2,591억원, 8월 1,229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달에는 3,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끌어모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펀드에 유입된 자금은 이달 들어 전체 채권형펀드에 유입된 자금 1,063억원을 넘어설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이 펀드는 올 들어 월 단위 기준으로 한 번도 순유출을 기록하지 않았다. 제로인에 따르면 이 펀드를 제외한 다른 채권형펀드 가운데 9월 중 100억원 이상 유입된 펀드는 없다.
유입된 자금의 약 90%가 리테일 시장에서 들어온 자금이라는 점도 이채롭다. 한화자산운용에 따르면 이 펀드의 총 설정액 1조5,220억원의 대부분이 일반 고객이 가입하는 A클래스와 C클래스에 들어 있다. 기관 자금이 유입되는 F클래스와 I클래스의 자산 규모는 각각 1,500억원, 29억원에 불과하다.
이 펀드를 운용하는 김홍중 한화자산운용 채권운용팀장은 "어느 날은 400억원의 뭉칫돈이 들어와서 판매처에 확인해봤더니 개인 고객이 자금을 맡겼다는 대답을 들었다"며 "개인고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슈퍼리치들의 자금들이 꽤 들어오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화단기국공채펀드의 인기비결로 비교적 높은 수익률과 안정성이 꼽힌다. 대표적 단기투자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에 비해 만기가 긴 채권을 운용하기 때문에 수익률이 20~30bp(1bp=0.01%포인트) 높다. 투자자산의 최대 70%를 국공채·공사채·특수채 등에 투자해 안정성도 높였다. 이 펀드의 연초대비 수익률은 1.41%로 같은 기간 전체 단기채권펀드의 수익률 1.35%를 웃돌고 있다.
김 팀장은 "지난 4·5월 채권금리 변동성이 심했을 때 편입 채권의 잔존만기평균을 최대한 짧게 가져가 리스크에 대처해 수익률 방어에 성공했다"며 "7월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체의 신용등급 대거 강등 이전에 회사채 및 기업어음 편입 비중도 줄였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