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발상 투자는 일반적인 투자자들과 반대로 움직이는 투자기법이다. 연초부터 코스닥의 상승을 이끌고 있는 헬스케어, 모바일, 중국 소비재 등 이른바 'M.B.C(Mobile·Bio·China)'를 중심으로 한 성장주의 상승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성장주도 쉬어가는 흐름을 나타낼 가능성이 있다. 시장에 악재나 큰 변수가 나타났을 때 투자자들이 선호하던 주식의 주가는 다소 많이 떨어지는 반면 외면당했던 주식들은 큰 폭으로 상승하고는 한다. 중소형주의 강세 지속과 경기민감주의 반등을 보면 역발상 차원의 분위기 반전 가능성을 고민해볼 때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하락하던 주식이 바닥을 확인하고 반등할 가능성이 엿보이는 상황을 '리바운드'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리바운드 상황이 정말 바닥에서 반등하는 추세전환 상태인지, 아니면 하락추세 중 일시적으로 발생한 변동인지를 구분하기 쉽지 않다.
최근 경기민감주들의 반등도 이 같은 고민을 하게 한다. 이미 반등을 시작한 경기민감주 주가와 국제유가는 하나로 묶을 수 있다.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기준 40달러까지 하락했던 국제유가가 반등하면서 시작된 화학·정유·조선·건설 등 낙폭과대 경기민감주의 반등을 추세전환으로 봐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우선 최근 글로벌 경제상황은 나쁘지 않다. 3월부터 유럽에서 양적완화가 시작된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러시아의 지정학적 문제, 그리스의 구제금융 연장 관련 불확실성이 한시적이나마 크게 축소된 것도 긍정적이다. 이런 불확실성 축소가 본격적인 투자심리 회복과 수급환경의 변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투자심리 회복을 확신할 수는 없지만 외국인 자금 유입이 확인되고 전체 거래대금이 증가한다면 현재의 리바운드를 보다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혼란스러운 것은 경기민감주의 반등을 가능하게 한 국제유가의 반등을 추세전환으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현재 유가 반등과 관련해 단기 저점을 확인했다는 긍정적인 분석도 나오지만 공급과잉으로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비관론 역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판단이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낙폭과대 경기민감주의 반등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 주가는 이미 알려진 과거 실적보다는 불확실성 해소와 미래의 실적에 먼저 반응하기 때문이다. 당장 지난해까지 부진했던 화학·정유·조선·건설·철강 등 소재·산업재 기업들의 올 1·4분기 실적에 기대를 갖기는 어려워 보인다. 해당 산업의 이익전망 눈높이는 이미 큰 폭으로 낮아졌고 단기적으로 큰 폭의 실적개선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 역시 높지 않다. 대외변수가 실적에 반영되는 시차를 고려해도 본격적인 실적 턴어라운드에 이은 'V'자의 강한 반등에 대한 기대보다는 점차적인 레벨업을 예상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역발상 투자는 단순히 반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여러 변수들이 불일치하는 가운데 언제 투자에 나설 것인가를 판단하는 것이다. 코스피(KOSPI)의 주가 수익률과 다음해 영업이익의 전년 대비 증가율의 관계를 살펴보면 양의 관계를 나타낸다. 즉 주가가 실적에 선행한다는 것이다. 유가급락 피해업종들의 올해 실적 증가율이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없다는 전망은 점차 확산될 것이다. 대외 불확실성 축소와 국제유가의 바닥 인식 등으로 소위 잘나가는 코스닥이 쉬어가는 흐름을 보인다면 역발상 투자도 또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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