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지리는 현대적이고 서양적인 지리학과 대비되는 우리의 전통적인 지리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에서 풍수지리는 땅(국토, 산하)을 보고 땅의 이치(지리)를 파악하는 중요한 학문이었지요. 마을을 택하는 방법을 기록한 이중환의 택리지(擇里志)가 그 대표적인 사료입니다. 길지(吉地), 즉 좋은 땅을 찾고 보는 방법은 조선후기에 이르러 묘지를 잡는 데 쓰인 음택(陰宅)풍수가 성황을 이루기 전까지는 상당히 과학적이고 철학적인 학문이라고 할 수 있지요.”
24일 서울시교육청 강동도서관에서 열린 고전 인문 아카데미 ‘고(古)정원과 문화’에서 김학범(사진) 한경대 교수는 ‘궁궐 정원의 상징과 의미’를 주제로 한 강의에서 궁궐 정원이 조성된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 풍수지리에 대한 설명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그는 “풍수지리는 신라말기에 한반도에 전해져 우리 문화에 깊이 영향을 주었는데 조선시대에 들어서 동양의 우주형성이론인 음양오행이 접목되면서 건축 설계에도 영향을 본격적으로 끼쳤다”며 “동(靑)ㆍ서(白)ㆍ남(赤)ㆍ북(黑) 그리고 중앙(黃) 등 방향에 따라 색깔이 정해진 음양오행론의 일부가 경복궁 등 조선시대에 지어진 궁궐에서는 쉽게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는 살아있는 사람을 위한 풍수지리, 즉 양택(陽宅)풍수는 사람이 살기 좋은 땅을 찾는 전통적인 지리학이 우리 건축에 어떻게 접목되었는지를 알 수 있는 실체”라며 “그러나 조선후기 풍수술사들이 도처에 생기면서 음택 풍수가 흥행을 하면서 기복화되고 과학성은 잃게 되는 부작용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교육청과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추진하고 SK텔레콤이 후원하는 고전인문 아카데미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의 일환으로 열리고 있는 이번 강의는 오는 2월 28일까지 강동도서관에서 열린다.
김 교수는 국토풍수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조선의 수도 한양에 대한 이야기로 강의 주제를 옮겨 한양도성의 조성과정, 경복궁 내에 조성된 궁궐 정원의 연역과 구조에 대해 설명했다. 근정전, 경회루, 아미산, 향원정과 향원지, 자경전 등 경복궁 내의 전각과 정원이 어떻게 조성이 됐는지 그리고 궁궐 곳곳에 숨어있는 상징과 의미를 풀어나갔다. 그는 지정학적인 영향으로 서로 문화적인 교류를 하면서 영향을 주고받았지만 각 나라별로 독특한 문화경관을 만들어낸 한ㆍ중ㆍ일 3국의 궁궐이 각기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다음 시간에 사진 등으로 비교하면서 설명할 예정이다. 궁궐정원에 이어 김 교수는 ‘사대부의 정원(2월14일)’ ‘경복궁 답사(21일)’ ‘서울과 지방의 정원(28일)’ 등으로 강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고인돌 사업은 건축문화 외에도 문학ㆍ역사ㆍ미술ㆍ영화 등 다양한 장르로 인문학의 외연을 넓혀 폭넓은 강의를 이어간다. 22개 서울시교육청 도서관에서 열리는 이번 고인돌 강좌의 참가는 무료이며, 세부 프로그램 내용은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포털 ‘에버러닝(everlearning.sen.go.kr)’을 참고하면 된다. /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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