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네트웍스가 서울시내에서 운영하는 한 의류매장에서는 얼마 전부터 휴대폰을 판매하고 있다. 휴대폰 모델은 의류매장을 많이 찾는 젊은 여성고객들이 좋아할 만한 것을 골라 선보이고 있다. 고객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으로 괜찮은 편이다. 회사 측은 하반기부터 이 같은 복합매장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SK네트웍스가 이처럼 남다른 타깃마케팅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데이터베이스(DB) 마케팅의 힘’ 덕택이다. SK네트웍스가 이미 확보한 DB만 500만건을 넘어섰으며 각 사업 부문의 DB 통합작업도 한창 진행 중이다. 웬만한 신용카드사보다 축적된 DB량이 많을 정도다. 회사 측은 연말까지 모두 700만건 안팎의 고객 DB를 확보할 계획이다. SK네트웍스는 현재 전국의 수입차 전시장에서 의류 브랜드를 판매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수입차 고객들의 취향과 기호에 맞춰 패션의류를 내놓아 매출을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자동차정비업체인 스피드메이트 고객에게는 DKNYㆍ아이겐포스트 등 의류 브랜드 광고 메일을 보낸다. 단순한 홍보가 아니라 고객의 구매력과 패션 선호도 등을 파악한 후 이에 맞는 제품을 소개하는 식이다. SK네트웍스는 DB를 가공해 ▦여성중심의 패션 고객군 ▦남성중심의 카 라이프 고객군 ▦학생 중심의 영 타깃 ▦구매력이 높은 프레스티지 고객군 등으로 세분화한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DB 분석과 가공을 통해 고객들의 소비 성향이나 패턴을 심층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며 “정작 고객 본인도 모르는 소비성향을 우리가 먼저 파악하게 된다”고 말했다. SK네트웍스가 고객 DB를 이용한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 2003년 9월 정만원 사장이 취임하면서부터다. SK㈜에서 ‘오케이 캐쉬 백’ 사업을 주도해 고객 DB의 위력을 실감했던 그는 SK네트웍스의 다양한 사업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법으로 ‘DB 경영’을 선택했다. 실제 SK네트웍스는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B2C 사업이 브랜드 기준으로 16개에 달한다. 지난해 15조7,840억원의 매출 중 60%가량을 B2C 사업으로 올렸다. 소비자 대상 사업이 많고 매출 비중도 큰 만큼 DB 경영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정 사장은 “다양한 사업과 수백만의 고객 DB가 우리 회사의 가장 강력한 경쟁 무기”라면서 “단지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게 아니라 고객의 지갑점유율(Wallet Share)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SK네트웍스의 DB 경영은 신사업 진출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회사 관계자는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나 제품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에 신사업 진출이 용이하다”며 “현재 사업성 등 마지막 심사단계에 있는 신사업 아이템이 10여개에 달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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