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비슷한 시기에 '주가연계증권(ELS)펀드'에 대한 배타적 사용권을 각각 신청하면서 시장선점을 위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삼성운용 측은 "한국운용이 '삼성 ELS 인덱스펀드'를 그대로 베꼈다"고 주장하고 한국운용 측은 "상품 구조 자체가 다르다"며 선을 긋고 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은 지난달 27일 '삼성 ELS인덱스펀드'에 대한 배타적 사용권을 금융투자협회에 신청했다. 배타적 사용권이란 신상품을 개발한 금융투자회사가 일정기간 동안 독점적으로 신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배타적 사용권 신청이 들어오면 금융업계와 학계의 전문가 7인이 모여 배타적 사용권 부여 여부를 놓고 심의를 한다. 보통 배타적 사용권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6개월 내외로 상품을 독점적으로 판매할 수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달 25일 이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고 한국운용은 9월 중 이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ELS펀드'는 여러 ELS 지수를 활용해 기존의 단일 ELS 투자보다 안정성을 높인 상품으로 원하는 시점에 적립식으로도 투자도 가능해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한국운용도 '한국투자ELS 지수연계 솔루션 펀드'와 관련 배타적 사용권을 최근 신청하면서 불거졌다. 삼성 측은 "우리가 2년간 힘들게 준비한 상품을 한국운용 측에서 급하게 따라 만든 것도 모자라 배타적 사용권 신청도 같이 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상품이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배타적 사용권 신청까지 한 것은 도를 넘어선 일"이라고 주장했다. 삼성 측에 따르면 삼성이 배타적 사용권을 신청한 다음날 한국운용은 금융감독원에 펀드 신고를 마쳐 상품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았다.
한국운용 측은 삼성 측 주장이 억지라고 보고 있다. 한국운용 측 관계자는 "삼성의 배타적 사용권 획득 여부와 한국운용 상품과는 상관이 없다"며 "삼성이 획득한다 해도 운용구조가 다른 상품이기 때문에 우리 상품에는 전혀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같은 구조의 상품이라면 신청 자체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신청이 받아들여진 것 자체가 두 상품의 구조가 다르다는 걸 입증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운용은 이 상품 출시를 위해 올해 1월부터 별도의 팀을 만들어 준비를 해왔다고 밝혔다. 또 한국운용의 상품은 총 20개 ELS를 기초로 거래상대 증권사와 스와프거래를 통해 펀드 손익이 결정되는 상품으로 거래 상대방에게 파산위험에 따른 손실 위험을 줄이는 등 삼성 측 상품과는 구조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즉 삼성 상품은 담보설정형, 한국운용 측은 비담보 형태라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두 운용사 간의 신경전이 과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모로는 이미 과거부터 있었던 상품이고 상품 구조에 대한 개념은 오래전부터 업계에 나와 있었다"며 "규제 문제로 지금까지 상품이 출시되지 못하다 규제 완화로 상품이 나오면서 두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펀드 시장이 오랜 기간 위축되면서 운용업계 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며 "소모적인 경쟁으로 장벽을 쌓는 것보다는 여러 운용사가 함께 참여해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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