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소액신용대출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30일 금융계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은 지난 6월말부터 계열 여신전문업체들과 연계해 소액신용대출 상품을 판매하고 있으나 판매실적은 신통치 못한 실정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 달말부터 우리파이낸셜의 소액신용대출 상품인 ‘우리모두론’을 위탁 판매하고 있으나 29일 현재 대출 실적이 15건에 금액으로는 8,900만원에 불과했다. 하나은행도 이달 1일부터 하나캐피탈의 ‘마니또론’을 위탁 판매하고 있으나 대출 실적이 40건에 3억2,000만원에 그쳤다. 기업은행은 ‘금융지주회사만 자회사들간의 전산시스템을 통한 대출심사가 가능하다’는 업무위탁 규정 때문에 아에 기은캐피탈의 소액신용대출 상품울 취급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은행권을 소액신용대출시장에 참여케 함으로써 보다 낮은 금리에 신용대출 상품을 이용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금융당국의 방침도 크게 흔들리게 됐다. 금융당국은 소액신용대출 시장을 제도권으로 편입하기 위한 취지로 은행들을 소액신용대출 시장으로 끌어들였다. 하지만 은행 계열 캐피탈업체에서 취급하는 소액신용대출 상품의 금리가 30%대에 달하는 만큼 은행 창구에서 이런 상품을 판매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은행에서 고금리 상품을 취급함으로써 은행의 평판에도 상당한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신한은행이 신한캐피탈을 계열사로 두고 있지만 이런 ‘평판 위험(reputation risk)’을 우려해 소액신용대출 상품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에서 제2금융권 상품을 취급하는 데는 금리를 비롯해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많다”며 “실질적으로 제2금융권과 대부업체가 금리를 낮춰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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