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은 최근 수년간 국내 투자은행(IB) 부문을 주도하고 있다. 로마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던 것처럼 NH투자증권이 IB 시장을 석권하다시피 하는 데는 10여년간 다져진 팀워크와 네트워크가 바탕이 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정영채(52·사진) NH투자증권 IB 대표가 있다. 그는 지난주 서울경제신문이 IB 전문가 130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IB업계 영향력 1위 인물로 꼽혔다. 정 대표는 23일 "일주일 200건, 한 달 800건, 1년 9,600건에 달하는 접촉·면담을 통한 고객사 자료가 10년간 10만건가량 축적된 것이 최대 자산"이라고 밝혔다. 그는 NH농협증권과 합병한 우리투자증권의 IB 부문 대표에 지난 2005년 8월 선임된 후 10년 동안 IB 사업을 이끌고 있다. 정 대표가 기업 구조조정 및 인수합병(M&A) 자문, 기업공개(IPO), 회사채 발행 등 IB 업무에서 수많은 기업들과 끈끈한 네트워크와 깊은 신뢰를 쌓은 것이 자연스럽게 빛을 발하고 있는 셈이다. NH투자증권은 1·4분기 회사채 2조1,763억원의 발행을 주관해 이 부문 순위에 올랐고 올해 IPO 시장 최대어인 이노션과 LIG넥스원 등의 대표 주관사로 전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싹쓸이하고 있다.
정 대표는 "IB는 곧 사람"이라며 최근 거둔 성과들을 직원들의 공으로 돌렸다. 우리투자증권과 농협증권이 통합한 NH투자증권의 IB 부문 인력은 210여명에 이르는데 정 대표가 확고한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지난 연말 회사 합병에도 이탈한 인력이 거의 없다. 정 대표는 "IPO와 회사채·M&A 등에서 10년 넘게 함께 일한 동료들이 많아 팀워크가 국내 최고"라며 "꿈을 팔아 붙잡고 있었던 것 같아 한편으로는 미안하다"고 했다. 외국계 IB에서 일하는 인력에 비해 실력은 결코 뒤지지 않는데 처우는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을 "끝까지 함께 가면서 1등 해보자"고 구슬려(?) 지금까지 왔다고 그는 고백했다. 정 대표는 이어 "최근 쌍용양회 빌딩 프로젝트파이낸싱(PF) 딜 한 건으로 220억원의 수익을 올릴 만큼 IB는 대표적 고부가 사업"이라며 "직원들 대우도 최고로 나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IB업계의 발전을 위한 고언도 그는 빼놓지 않았다. 정 대표는 "채권단이 M&A 자문을 거의 모두 외국계 IB로 넘기고 있다"면서 "전문성이 부족한 채권은행 담당자들이 책임은 지기 싫어 관행만 신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NH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이 4조4,000억원에 이르는데 IB 분야는 규제 때문에 자기자본투자(PI)를 할 곳이 별로 없다"면서 "회사 내 타 사업부로 정보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규제가 강한데 미국처럼 정보유출 문제가 생기면 입증 책임을 회사에 맡기고 대신 사전 규제들은 풀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끝으로 "IB는 고객을 위한 플랫폼 사업자"라며 "장기간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업에 최선의 솔루션을 제시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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