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치료를 하지만 세상은 왜 갈수록 나빠지는가?'는 책의 제목이 요상하다. 어떤 이유로 '세상이 나빠진다'고 생각할까. 그리고 그것이 '심리치료'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이번에 우리말로 번역된 이 책은 전반적으로 저자들의 자괴감을 표현하고 있다. 심리치료·정신분석 등의 전문가들인 저자들로서는, 이렇게 100년이 넘게 역대로 전문가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그 바람대로 세상이 변하지 않으니 화가 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결국 심리치료의 문제는 무엇인지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책은 제임스 힐먼, 마이클 벤투라이라는 두 저자가 주고받은 대화와 편지를 토대로 구성된 책이다. 힐먼은 스위스 취리히의 '융 연구소'의 초대 연구지도원을 역임한 심리학자다. 벤투라는 칼럼리스트·수필가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원저가 1991년에 나왔는데 당시 힐먼은 66세, 벤투라는 47세였다.
책은 그동안의 심리치료의 기본 전제들에 대해 깊이 있는 비판을 가한다. 현대인의 일상생활, 즉 성적인 문제에서부터 정치·미디어·환경 그리고 도시생활 등 다양한 분야에 관한 통찰을 제공한다. 이들의 비판과 주장은 결국 '왜 세상은 나빠지고 있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이다.
저자들의 결론은 이렇다. 전통적인 심리치료는 건전한 개인이 건전한 세상을 구현한다고 가정한다. 하지만 그런 전제는 개인의 내면적인 자아에 집착하게 하고 결국은 외부세계의 고통에 관해 관심을 쏟지 않게 만든다. 즉 내면에만 몰두하다 보니 영혼이나 정신을 둘러싸고 있는 외부세계를 돌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외부세계는 죽어 있는 물질이 아니다. 개인들에게 끊임없이 영향을 끼치고 소통하고자 하는 영혼을 가진 실체다. 때문에 우리는 그것에 눈을 돌려야 한다. "요즘에 심리치료에서 유행하는 '내면 아이(inner child)'는 우리의 정치 세계와 민주주의에는 재앙이다. 자신의 어린 시절이나 본성으로 돌아가 자기의 성장과 발전에 몰두하고 좋은 육아법이나 찾으라는 식이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아이들이 아니라 철두철미하게 활동적인 어른들에 달려있다." 1만6,000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