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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웅 휴먼칼럼] 택시한테 당하는 `이지메'
입력1998-10-20 18:41:00
수정
2002.10.21 23:09:39
교수와 학생 가운데 대학의 주인은 누구인가. 학생이라고 유식한척 대답하면 무식해진다. 대학의 주인은 교수다. 대학이라는 제도가 지구상에 등장한지 1000년 넘게 지속돼 온 불변의 논리이자, 그 대학의 모체였던 중세 수도원의 예를 봐도 주인은 수도원장 또는 주임 신부였다.
대학의 원조가 되는 유럽(미국도 마찬가지다)의 경우처럼 이「주인의식」은 중학교나 고등학교에도 그대로 원용된다. 학생들은 대학에서 처럼 매시간 뿔뿔이 흩어져 담당 교수를 따라 클라스를 바꾼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이미 클라스 바꾸기에 익숙해진 만큼 자신의 선택과목에대해 책임감과 자립심이 늘고 대학에 가서도 이질감없이 학업에 매진 할수있다.
이런 수강(受講)자세는 그러나 한국과 일본의 중고등학교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학생들은 그대로 앉아 있고 교사들만이 번갈아 강단을 메꾼다. 클라스에서 힘께나 쓰는 학생들이 심신이 약한 학생을 괴롭히는 소위 「이지메」가 한국과 일본에서 성행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데서 연유한다. 매시간 뿔뿔이 흩어지는 미국이나 유럽의 학교에서 이지메가 나타나지 않는 현상 역시 같은 이유로 설명될수 있다. 누군가를 골탕먹이고 당하고를 가릴 겨를이 없고 클라스 학생수도 20명을 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 셋이 모이면 일단 파워 게임이 시작된다는 정치원론을 고려할때 매년 한번의 반편성을 빼고는 10여년 넘게 「그 얼굴 그 교실」로 보내야 하는 우리 실정에서 이지메는 극히 자연적인 정치현상이다.
불구 아동이나 동물 또는 어린 동생을 학대하는 일본말 이지메루가 그 어원이라해서 일본 현상이 한국에도 상륙한 걸로 알고 있으나 이는 본말이 뒤바뀐 분석이다. 한국에도 이미 진작부터 뿌리를 내렸던 악습이다. 한국의 학제 그 자체가 일본 학제의 재판(再版)이기 때문이다. 시민의식 다시 말해서 주인의식이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럽의 교육제도를 겉만 보고 수입한 탓이다.
지금의 60대 이상의 한국 장년층들도 어린시절 반에서 이지메를 당하거나 가했던 걸 기억하고 있다. 일본과 다른건 우리에게 이지메에 해당하는 한국말이 없었다는 점이다. 뒤늦게 따돌림이라는 말로 정착됐고 요즘와서는 「왕따」또는 「은따」라는 은어로 까지 발전해 왔다. 「왕따」는 따돌림을 왕창 당하는 학생, 「은따」는 은근히 당하는 학생을 지칭한다.
초등학교 시절의 이지메야 한때의 애교로 봐 줄수도 있다. 중학교의 이지메가 문제가 되고 있으나 엄밀히는 요즘에 와서야 부상한, 한갓 시류를 타는 이슈라는 점에서 크게 국론의 대상이 되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유사(類似) 이지메가 교문밖에서 창궐, 시민 모두를 괴롭히는 데도 대응방안이 서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 대표적인 이지메가 한국의 택시다.
나의 친구 K씨는 지금은「백수」지만 한때 200여명의 종업원을 거느리던 유능한 기업가다. 그 K씨가 이틀전 일본을 다녀와 김포공항에서 당한 이지메는 지금의 한국 택시 문화가 심각하다 못해 처절히 수준임을 일깨워준다. 그는 도쿄의 긴자(銀座)네거리에 달린 전광(電光)표지판에서 최근 김대중대통령이 진두에 서서 노래 부르며 외국기업의 투자와 관광을 유치하는 정부 흥보물을 보고 크게 감명을 받았다. 이런 감동은 그러나 김포 공항에 도착한 직후 분노로 바뀌고 만다. 택시를 타고 집이 있는 일산에 가자고 하자 택시기기사는 얼마를 주겠냐고 물었다. 미터 요금대로나면 7,000원임을 익히 알고 있던 K씨는 그러나 척박한 우리의 인심을 고려, 1만2,000원을 주겠다고 제의했다. 택시기사는 2만원이 아니면 갈수없다며 가던 길을 10여m 후진, 원래의 택시 대기장소로 되돌아가 하차를 명하는 것이었다.
분격한 K씨는 차에서 내려 교통경찰에게 신고하려 들자 이번에는 주위에 흩어져 있던 다른 택시 기사들이 몰려들어 반 협박조로 신고마저 못하게 했다. 여비마저 없어 처음으로 마일리지(Mileage)티켓으로 떠나 일본서 독학중인 막내 아들을 만났지만 용돈 한 푼 못주고 온 것에 가슴이 쓰리던 차였다. 긴자의 전광판 홍보물을 보고 왔을 외국투자가와 관광객이 이같은 봉변에서 온전할까를 생각하니 그의 가슴이 더욱 쓰렸다.
개혁의 참뜻은 정상(正常)에의 복귀다. 대학의 주인이 누구인지 가리듯 택시에게도 주인(시민)을 되찾아 줘야한다. 그것이 정상이고 개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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