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의 엔고 대책에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시각이 확산되면서 엔화 가치가 급등, 가뜩이나 디플레이션 함정에 빠진 일본 경제에 시름을 더하고 있다.
24일 엔ㆍ달러 환율은 오후 4시40분에 시작된 노다 요시히코 일본 재무상의 기자회견 전후로 급등세를 연출했다. 이날 노다 재무상은 회견에서 “엔화 흐름을 주시하고 있다”면서도 “현재 엔화 강세는 과도하다. 정부는 주요7개국(G7)의 성명을 근거로 적절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구두개입성 발언을 내놓았다.
그러나 시장은 엔고가 더 진행될 수 있다는 쪽으로 배팅했다. 알맹이 없는 ‘구두개입’이 오히려 엔고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던 셈이다. 시장은 일본 정부의 엔고 방어가 사실상 한계에 봉착했다는 의미로 해석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늦은 오후 엔고가 가속화되자 손실 제한을 위해 달러화를 매도하고 엔화를 매수하는 자동 매매가 가속화됐다” 며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BOJ이 행동이 요구된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구두개입으로는 엔고를 저지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사실 일본 정부가 엔화 약세를 유도하기 위해 다각도로 대책을 검토하고 있지만 엔고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묘안을 내놓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본의 기준금리는 선진국 가운데 최저치인 0.1%에 불과해 금리를 더 내릴 여력은 없다. 또 미국과 유럽 경제의 불안감이 더해져 엔화의 상대적 매력이 높고 꾸준한 경상수지 흑자로 달러 유입이 계속되는 것도 엔화의 구조적 강세요인이다.
앞서 전문가들은 일본이 BOJ를 통해 추가 부양책을 내놓는 형태로 엔화 약세를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해 왔다. 이와 관련 산케이신문은 BOJ가 실시중인 3개월물 공급 규모를 현재의 20조엔에서 30조엔으로 늘리는 방안을 전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제 금융시장에서 일본의 영향력이 쇠퇴한 상황을 감안하면 일본 정부의 단독 환시장 개입만으로 기대 만큼의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과 유럽도 자국 수출육성을 위해 엔고를 은근히 즐기는 분위기여서 엔고 저지에 공동 보조를 맞춰줄 가능성도 많지 않다. 수출 대국 일본정부의 엔고고민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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