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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디자인 컨설턴트인 제이콥 닐슨씨가 2006년 인터넷 사용자들에 대한 시선 추적 실험을 했다. 실험참가자 대부분은 재빨리 훑는 방식으로 웹페이지를 읽어내려갔다. 페이지 당 눈이 머문 시간은 평균 4.4초. 읽기능력이 탁월한 사람도 4.4초 동안 읽을 수 있는 단어는 18개에 불과하다. 결국 온라인 읽기는 '읽기라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조사로부터 수 년이 지났고 스마트폰, 태블릿PC, 트위터, 페이스북 등 현대인의 눈을 바쁘게 하는 첨단의 IT기기들은 더욱 넘쳐난다. 다양한 경로로 정보를 접한 사람들은 '스마트해질' 것 같은 기분을 느끼지만 전통적인 개념으로 볼 때 온라인에서는 읽지 않고 있다는 게 연구자들의 결론이다. 가볍게 훑어보는 방식은 오히려 뇌의 통찰력과 사고력의 저하를 이끈다는 얘기다. 저자는 일찍이 3년 전 미국 언론에서 '구글이 우리를 바보로 만들고 있는가?'라는 칼럼을 통해 인터넷이 양산하는 얄팍하고 가벼운 지식에 대해 경고했었다. 당시 주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이 책은 인터넷 미디어가 결국 인간의 사고 능력을 빼앗아가 버렸음을 강조한다. 저자는 기술과 도구의 발전이 인간사에 미친 영향을 파헤치며 문자혁명부터 인쇄혁명, 인터넷혁명까지 지적(知的) 변화의 중요한 계기를 짚어준다. 문자로 가능해 진 지식 전달과 인쇄를 통한 지식 확산이 온라인시대에 이르러 읽기 능력의 상실을 유발할 수 있음을 저자는 경고한다. 인문학은 물론 뇌과학, 신경과학 분야에도 식견이 뛰어난 저자는 "기술의 힘을 지니기 위해 우리가 지불한 대가는 소외"라면서 "사고의 도구들은 확장되고 그 대가로 우리의 사적이고 인간적인 능력들 즉 이성ㆍ인식ㆍ기억ㆍ감정 등은 마비된다"고 말한다. '매트릭스'같은 영화에서 은유적으로 묘사됐던 기계가 인간의 정신성을 앗아가고 지배하는 미래상이 논리적, 실증적으로 기술된 책이다.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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