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첫날부터 금융시장에서 달러부족 우려로 환율은 30원 폭등한 1,110원대로 치솟은 반면 주가는 60포인트 폭락해 1,410선까지 곤두박질치는 ‘검은 월요일’을 연출했다. 신용위기 악화, 경기침체 등으로 세계경제가 크게 휘청거리는데다 무역수지ㆍ경상수지 적자 등 각종 경제지표에 빨간불이 켜지고, 특히 ‘9월 위기설’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경제위기설이 과장됐다고 주장하면서 심리안정에 나섰지만 시장참가자들은 금융시장의 패닉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쳐 한국경제 전반에 더 큰 위기를 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27원 폭등한 1,116원을 기록해 지난 2004년 11월 이후 3년10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장 마감 전 1,123원80전까지 치솟았지만 외환당국의 매도개입으로 종가를 낮췄다. 환율 폭등은 글로벌 달러화 강세와 무역수지 적자 확대 등 국내외 달러매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달러 공급원인 당국은 사실상 시장개입에서 발을 빼 외환시장에는 ‘달러 사자’만 넘쳐났다. 9월에 외국인이 채권을 대규모로 팔아치울 것이라는 9월 위기설도 환율상승 심리에 일조했다. 증시도 패닉을 연출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59.81포인트(4.06%) 급락한 1,414.43포인트로 마감했다. 지난해 3월 이후 1년5개월 만의 최저치다. 코스닥지수는 무려 6.61%나 폭락한 끝에 439.21포인트로 장을 마쳤다. 이날 증시는 지난주 말 뉴욕증시가 떨어진 데 영향을 받아 하락 출발한 뒤 두산그룹과 건설업체들의 유동성 위기 우려와 LG전자가 외국인 대차거래(공매도) 세력의 먹잇감이 됐다는 루머까지 겹치면서 낙폭을 키웠다. 특히 환율폭등과 채권시장 불안까지 가세해 묻지마 투매가 일어났다. 두산ㆍ두산인프라코어 등 두산 계열사들과 대한항공ㆍ코오롱ㆍ한화손해보험 등은 투매물량이 쏟아지며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졌다. 채권시장도 환율폭등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급등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와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각각 0.11%포인트씩 크게 오른 연 5.88%와 5.97%를 기록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ㆍ유럽 등 세계경제가 갈수록 부진해지고 국내경제 역시 수출 증가율이 둔화되는 등 각종 지표가 나빠지면서 외국인의 이탈이 심각해지고 있다”며 “외채위기까지는 아니더라도 금융시장은 분명히 혼란스러운 상황이고 금융위기는 실물경제 침체로 이어지며 한국경제 전반에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정부는 2일 기획재정부ㆍ금융위원회 등 범부처 차원의 긴급 금융상황점검회의를 청와대에서 가질 예정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예정된 국무회의 전후로 관계부처 수장들이 모여 최근 금융시장 상황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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