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아직 해외에 투자하는 돈보다 중국 본토로 들어오는 투자액이 더 많은 나라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이 해외에 투자한 규모는 3,432억위안(약 64조원)으로 중국의 외국인직접투자(FDI)액인 4,205억위안(약 78조원)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이런 추세는 조만간 뒤집힐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올 상반기 해외 투자 증가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9.2% 증가한 반면 FDI는 8.3% 늘어나는 데 그쳤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이 지난 2013년까지 아프리카 대륙에 쏟아부은 금액만 262억달러에 달하는 등 저개발국에 대한 투자도 활발하다.
문제는 이 같은 중국의 급성장과 관련해 각국이 품는 경계감이다. 중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각종 무역 규제와 투자 제한책을 내놓는 반면 해외에서는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주요 산업 시설 등을 쉽게 가져가려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한국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중국의 안방보험이 동양생명을 인수했을 당시 "중국은 너무 쉽게 한국 금융 시장에 들어오는 반면 한국은 중국 금융 시장의 높은 벽 때문에 여전히 고전하고 있다. 한중 간 금융 상호주의 관점에서 중국도 시장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제기됐다. 중국 자본의 침투가 이제 시작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잡음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중국 자본의 공습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려야 한다"고 주문한다. 정체 불명의 자본이 침투하는 경우 이를 잘 걸러내야 하지만 중국 자본이 들어와 국내 금융 및 투자 시장이 활성화되는 것을 무조건 경계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편협한 상호주의를 버리고 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최근 제주도 지역 토지 매입이나 보험사 인수 등으로 중국 자본의 침투에 대해 위기감을 느낄 수도 있다"며 "다만 지난 20여년간 하나은행 등이 중국 금융 시장에서 자리잡은 사례 등을 보면 단순 상호주의로 걸고 넘어가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요건에 맞는 중국 금융자본은 허용해 명분과 실리를 쌓은 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서 한국 자본의 역할 확대 등을 요구할 수도 있다"며 "특히 유커가 국내 관광산업의 큰 축이 된 상황에서 중국 자본에 대해서는 조금 더 유연하게 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중국 자본의 진출을 상호주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있기는 하지만 한중 관계 때문에 중국 자본 규제의 큰 틀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오히려 이번 안방보험의 한국 시장 진출로 양국간 보험 산업을 강화하고 노하우를 공유하는 등의 발전적 방향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중국 자본에 대한 무조건적인 배척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성환 금융연구원 원장은 "한국 자본이 해외에 나갔는데 현지에서 외국계 자본이라는 이유로 배척하는 경우를 생각해봐야 한다"며 "세계화라는 관점에서 중국 자본에 대한 배척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서봉교 동덕여대 교수 또한 "시중은행들의 지분 구조를 보면 사실상 외국계 은행과 차이가 없는데 중국계 자본이 들어오는 것에 대해 상호주의를 내세우는 것은 옳지 않다"며 "중국을 너무 만만하게 볼 경우 우리가 안방 시장을 내주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중국 금융 자본도 결국 한국 시장 내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빈기범 명지대 교수는 팔리지 않는 국내 금융사를 중국 자본이 사겠다고 하면 오히려 한국 입장에서는 고마운 일"이라며 "상호주의를 이야기하며 이를 터부시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이야기"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중국 자본이더라도 결국 한국 금융당국의 통제를 받는 한국 금융사"라고 덧붙였다.
단 중국 자본에 대해서는 아직 한국에 비해 기술이나 각종 사업 노하우가 부족한 만큼 적당한 경계심은 가질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장영환 IBK 경제연구소 소장은 "중국 자본이 단순 투자자금으로 들어오는 것은 괜찮지만 기술 유출을 목적으로 들어올 경우에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이미 일부 중소기업에서는 중국 자본이 기술을 빼내기 위해 지분을 투자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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