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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8월 7일] 주가에 후행하는 증권사 보고서
입력2008-08-06 17:00:32
수정
2008.08.06 17:00:32
지금부터 약 한달 반 전인 6월 말. 외국계 증권사들은 삼성전자 실적에 대해 경고음을 울리기 시작했다. 2ㆍ4분기 실적도 시장 예상치에 못 미칠 수 있는데다 하반기 전세계적인 경기둔화 여파에 삼성전자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지난 6월20일께부터 하나 둘씩 실적 전망치와 목표주가를 낮추기 시작했고, 7월 초부터는 본격적으로 매도를 권유하는 분석 보고서가 나왔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 시점에 이미 내리막을 걷고 있었고, 2분기 부진한 실적을 내놓으면서 주가는 내내 하락세를 이어갔다.
반면 국내 증권사들은 6월 말까지 목표주가를 올리거나 유지하다가 삼성전자가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직후인 7월28일부터 본격적으로 목표주가를 낮추기 시작했다. 물론 매도나 중립의견 없이 여전히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한 채. 공식적으로 발행된 리포트만 놓고 보면 외국계 증권사는 주가에 약간 후행해서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고, 국내 증권사는 주가가 내릴 만큼 내려서야 목표주가를 조정한 셈이다.
외국계 증권사가 내놓는 부정적 전망의 보고서가 외국계 헤지펀드들의 공매도를 측면 지원한다는 논란도 있다. 매도 보고서가 나와 주가가 떨어지면 공매도한 투자자들은 그만큼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선주ㆍ자동차주 공매도가 늘어나는 시점에 외국계 증권사들의 해당 업종과 종목에 대한 부정적인 보고서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자가 단일 주체가 아니라는 점, 외국인 투자자의 영향력이 과거와는 비교도 안 되게 낮아졌다는 점에서 외국계 증권사가 일부 고객의 이익만을 위해 매도 보고서를 내는 위험한 일을 할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한다.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이 부정적 전망의 보고서를 내지 않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는 국내 증권사의 주요 고객이 대부분 매수 전략 위주의 투자자들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매도 보고서를 쓰면 ‘영업’이 안 된다. 그런 반면 외국계 증권사는 매도 보고서로도 ‘영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비교적 자유롭게 매도의견을 낼 수 있다.
그러나 ‘매수’만 있는 보고서는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게 된다. 최근 급락한 조선주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부터 국내 증권사와 외국계 증권사 간에는 조선주 과열 여부 논쟁이 벌어졌으나 결국 앞에 언급한 삼성전자와 같은 시나리오로 전개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권사들은 대체로 조선주에 대해서 “여전히 긍정적”이라는 의견을 내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의 전망에 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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