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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기 발본색원을
입력2003-05-20 00:00:00
수정
2003.05.20 00:00:00
건설교통부는 지난해 7월부터 올 3월까지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전답이나 임야 ㆍ나대지 등을 과다하게 사들인 투기혐의자 3만4,700여명을 적발, 이들을 국세청에 통보했다. 건교부는 또 김포ㆍ파주 등 신도시 건설 예정지 주변의 토지 단기전매자 명단도 작성해서 국세청에 통보, 투기 여부를 가리기로 했다. 건교부의 이 같은 조치는 서울 강남에서 비롯된 아파트 투기바람이 강북과 신도시를 거쳐 수도권 및 충청권으로 확산되면서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는 판단에 따라 취해진 것이다. 특히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행정수도 예정지인 충남일대의 임야는 서울 등 외지인들의 투기장이 되다시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이번 대책은 타이밍상 실기(失機)하긴 했으나 뒤늦게나마 투기와의 전쟁에 나섰다는 점에서 기대를 걸게 한다.
건교부에 따르면 투기혐의자 3만4,700여명중 이들 지역에서 2회 이상 토지를 매입한 개인은 2만3,800여명으로 조사됐다. 사들인 땅의 크기만도 여의도(89만평)의 50배 가까운 4,339만평에 달한다. 또 세살짜리 어린이를 포함, 미성년자 239명도 30만6,000평이나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세살배기는 충남 보령에 임야 1만6,000여평을 사들였다. 이쯤되면 완전한 투기인 셈이다. 투기행태 가운데 압권은 1주일에 거의 한번꼴로 땅을 사들인 경우다. 서울에 사는 A씨는 지난 9개월간 무려 34차례에 걸쳐 24만평을 매입했다. 서울거주의 B씨는 23회에 걸쳐 76만평을 사들여 매입규모 최대를 기록했다. 이처럼 여러 차례에 걸쳐 땅을 매입한 것은 농지나 그린벨트 거래시 허가를 받지 않기 위해 최소단위로 거래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법망의 헛점을 교묘하게 악용한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전국이 투기장화 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금리로 갈 곳이 없는 400조원대의 유휴자금이 부동산시장을 기웃거리면서 투기를 부채질 하고 있다. 경기는 국제통화기금(IMF)체제후 최악인 상황하에서 부동산만 이상과열로 들끓고 있는 꼴이다. 정부는 경기진작을 위해 추경을 편성하는 등 부양책을 쓰기로 했지만 자칫 부동산 쪽만 자극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부동산투기는 국가행정력을 동원, 뿌리를 뽑아야 한다. 가만히 앉아서 투기를 조장, 불로소득을 올리는 가장 망국적인 행태이기 때문이다. 일본이 금년으로 13년째 경기 침체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지난 1980년대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부동산 거품 탓이다. 부동산을 잡지 못하면 자금의 선 순환도 기대할 수 없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부동산 투기가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본때를 보여주어야 한다.
<김형기(산업부 차장) k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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