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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KT가 삼성전자의 스마트TV에 대한 인터넷 접속을 제한했다가 며칠 뒤 방송통신위원회의 중재로 철회했다. 이에 따라 양사 간의 분쟁 배경과 향후 협상 전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양사 간의 갈등은 다양한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이 플랫폼의 형태로 인터넷TV를 통해 제공된다는 점에서 복잡성을 더하고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인터넷 제공사업자가 자사의 가입자에 접근하려는 콘텐츠 및 애플리케이션에 접속비용(대가)을 징수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이는 망 중립성에 있어 핵심 쟁점사항인데 경제학 이론에서도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으며 정책적으로도 국가마다 입장이 다소 다르다.
망 중립성 접근법 나라마다 달라
우선 이론적 측면에서 보면 인터넷은 양면시장(two-sided market)이다. 인터넷이라는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면에는 콘텐츠 업체, 다른 한 면에는 이용자가 자리하고 있다. 인터넷 플랫폼을 가진 인터넷 제공사업자는 콘텐츠 업체와 이용자를 많이 확보해야 하는데 이는 다양한 콘텐츠가 이용자에게 긍정적인 외부효과를 주고, 많은 이용자는 주로 광고를 수익모델로 하는 콘텐츠에 중요한 외부효과를 주기 때문이다. 양면 모두 인터넷 제공사업자에게는 모두 중요한 고객이다. 지금까지 콘텐츠 쪽의 인터넷 접속료를 없애 콘텐츠의 양을 늘려 가입자를 많이 유치하고 요금은 가입자로부터 받는 것이 효율적인 전략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최근 콘텐츠로 인한 트래픽 증가가 인터넷 네트워크에 큰 부담을 주다 보니 인터넷 제공사업자가 콘텐츠에 대한 과금(課金)을 모색하게 됐다.
정책 측면에서는 망 중립성 이슈에 대한 접근법이 국가마다 다르다. 미국은 인터넷 제공사업자의 시장지배력 존재, 규제제도 미비, 그리고 인터넷상의 혁신의 중요성 등을 반영해 비교적 강한 망 중립성 규제 틀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이에 비해 유럽은 인터넷을 기존 통신법 체계에서 규율할 수 있다고 보고 망 중립성에 대한 강한 규제는 유보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망 중립성 및 인터넷 트래픽 관리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 다소 강한 규제를 채택했다. 가이드라인은 망 중립성 원칙으로 이용자 권리, 트래픽 관리의 투명성, 합법적 콘텐츠ㆍ기기에 대한 차단ㆍ차별 금지, 합리적 트래픽 관리, 인터넷 제공사업자와 콘텐츠 사업자 간의 협력의무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인터넷상의 혁신과 개방성 보호, 망 고도화를 위한 투자 유지 및 공정한 인터넷 이용환경 조성 등을 위해서다.
이제 KT와 삼성전자 간의 스마트TV 분쟁을 우리 가이드라인에 비춰 바라보자. 우선 KT의 접속제한 조치는 차단 금지와 관련해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합리적 트래픽 관리의 필요성이 야기될 정도의 트래픽이 유발돼야 차단이 가능한데 현재 스마트TV의 트래픽은 그러한 수준에 못 미친다. 둘째, 만일 트래픽 폭증이 예상된다면 합리적 트래픽 관리를 시행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망 관리에 있어 데이터 상한제 등을 고려할 수도 있다. 셋째, 스마트TV를 관리형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망 품질이 뛰어나지만 우수한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이 있을 경우 품질을 보장하는 서비스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넷째, 삼성전자 또한 KT의 백본망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한 다양한 기술적 협력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
트래픽 과부하 막는 협력 나서야
우리의 스마트TV는 혁신적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견인하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다. 하지만 트래픽의 과부하를 유발하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 양사가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의 제정 취지를 살려 상생할 수 있는 결론을 도출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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