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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4월 22일] 삼성의 변화는 삼성의 몫으로
입력2008-04-21 16:55:08
수정
2008.04.21 16:55:08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특검을 통해 원하는 효과를 충분히 거뒀다.
특검 수사결과에 따라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삼성 측과 특검 간의 법정공방 등 사법적 절차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겠지만 김 변호사의 양심고백에서 시작한 ‘다양한 영역에서의 충격’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보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덕분에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삼성을 비롯한 기업들의 잘못된 관행이나 무감각한 일처리 방식에 대한 각양의 부작용을 살필 수 있게 됐으며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회적 견제를 마련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요즘은 드물지만 10~20년 전에는 선생님들이 수업시간에 굵직한 몽둥이로 학생들의 손바닥이나 엉덩이를 때리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학창시절 12년 동안 선생님한테 매 한 번 안 맞아본 학생은 거의 없었다.
그 와중에 선생님의 손속이 너무 매워 최악의 경우 잘못 맞은 학생이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하는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이 때문에 선생님의 체벌이 ‘사랑의 매’냐 ‘일방적인 폭행’이냐를 놓고 시비가 빚어지기도 했다.
일부 선생님은 터무니없는 꼬투리를 잡거나 잘못된 판단으로 사랑의 매를 휘둘렀지만 기본적으로 선생님의 매는 ‘제자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출발했다고 바라보는 시선이 주류였다.
김 변호사의 출발이 ‘사랑의 매’를 든 선생님의 심경이었다면 그는 결과적으로 개인으로서는 가장 큰 성과인 양심고백을 실천했고 사회적으로는 기업들의 잘못된(또는 잘못될 수 있는) 관행에 대해 따끔한 지적을 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특검의 수사결과를 놓고 국민이나 시민단체 일부에서는 ‘면죄부를 줬다’며 특검을 향해 날 선 비판을 하고 있다. 당사자이기도 한 김 변호사는 지난 19일 공개석상을 통해 평생을 두고 문제 삼겠다(“이 문제를 죽을 때까지 관심을 갖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며 상당한 불만을 토로했다.
언제 어느 시대에서건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은 양측 모두를 깔끔하게 만족시키지 못한다. 어찌 보면 우리 사회가 지금 특검에게 요구하는 현명함은 ‘신의 능력을 보여달라’고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일지 모른다. 상식과 현실, 법 정의 수립이라는 어느 하나도 포기할 수 없는 시대의 산물들 사이에서 특검도 충분히 고민했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삼성사태의 해법으로 특검을 선택한 만큼 바로 이 지점에서 특검의 판단을 믿어주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삼성사태가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모습으로 막을 내려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보는 시각마다 다른 결론을 기대하겠지만 혹시라도 ‘완벽한 모습으로의 재탄생’을 바라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기대치를 어느 정도 낮출 필요가 있다.
삼성이라는 유기체는 자체로 생명력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을 ‘주변이 원하는 모습’에만 100% 맞추라고 요구한다면 피와 살이 튀는 글로벌 경쟁시대를 살아가는 생존적응력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농후하다. 생존환경이 변한 만큼 체질개선도 그만큼 또는 그보다 한 발짝 정도 더 앞서주길 희망하는 것이 오히려 현실적이다.
덧붙이자면 김 변호사는 후일 그가 개인으로서는 어떤 인물로 평가받든지에 관계없이 우리 사회가 여러모로 되새김질해볼 ‘기억할 만한 인물이자 사건’으로 남을 것이 분명하다.
그가 의도했건 그렇지 않았건 이쯤의 성과라면 김 변호사로선 ‘사랑의 매’에 사랑을 충분히 담았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자칫 의욕이나 감정이 넘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 순기능보다 부작용이나 예기치 않은 사고로 이어지는 역기능이 더 커지기 십상이다.
‘사랑의 매’를 맞은 삼성이 조만간 쇄신책을 내놓는단다. 삼성이 얼마나 멋있게 변신할지는 이제 그만 삼성의 몫으로 돌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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