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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8월 2일]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입력2008-08-01 16:51:20
수정
2008.08.01 16:51:20
“3통이 30통이 된 판국인데 더 나빠질 것도 없지요.”
‘3통(三通)’이란 통신ㆍ통행ㆍ통관으로 개성공단에 진출한 기업들이 북한 당국자들을 만날 때마다 끈질기게 요구하는 최소한의 ‘경제활동 자유’를 요약하는 말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급속히 악화되면서 출입국 문제 등 주변여건이 악화됐고 기업들은 이제 ‘3통’이 아니라 최소 ‘30통’은 해결돼야 한다고 비아냥거리며 답답한 심정을 에둘러 표현하고는 했다.
하지만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 이후 대북 경협사업이 삐걱거리는 모습은 당초 우려했던 수준을 훨씬 넘어섰다. 개성공단에 진출한 대표적 기업 로만손의 대표이자 국내 중소기업을 대변하는 중소기업중앙회장이기도 한 김기문 회장이 3개월 만에 개성을 방문한다는 사실에 언론이 크게 주목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김 회장은 방문 이후 “(사건 이후) 실질적으로 차이는 없다”고 소감을 밝혔지만 실제로는 섭섭한 대우를 받고 돌아왔다. 북한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책임자와의 면담을 일방적으로 취소당한 것이다. 중앙회 관계자들은 ‘시간이 잘 안 맞아서’라고 해명했지만 궁색한 변명이다.
오는 12일로 예정된 ‘국제꽃예술교류회’도 북측의 통보로 취소됐다. 민간단체가 내민 화해의 손을 차갑게 거절한 셈이다. 9월 중 다시 날짜를 잡는다고 하지만 이 역시 북한이 거절하면 손써볼 방법이 없다.
개성공단뿐 아니라 북한 내륙에 진출한 업체도 어려운 사정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평양에서 공장 착공식을 준비하는 안동대마방직은 북한에서 합법적으로 재배할 수 있는 대마로 수의 등을 생산하는 회사다. 본래 계획대로라면 이 회사는 8월 말 평양에서 본공장 준공식을 개최해야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준공식 일정이 미뤄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북한의 빗장이 활짝 열리고 개성이 중국보다 우수한 생산기지가 될 것이라는 눈부신 찬사가 이어졌다. 180도 달라진 분위기지만 개성공단이 남북교류의 중요한 구심점이 돼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지금 기업에 필요한 것은 인내심이며 북한 당국에 필요한 것은 신뢰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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