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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장은 "셀러스 마켓"

원자재 공급자가 부르는 게 값<br>유가 배럴당 112弗…곡물·광물값 1년새 2배로<br>투기성 자금까지 몰려들며 연일 고공행진


세계적으로 원자재 수요가 공급을 추월하는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곡물ㆍ에너지ㆍ광물 등이 거래되는 국제상품시장이 공급자가 가격을 결정하는 ‘셀러스 마켓(seller’s market)’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원보유국 또는 생산자가 부르는 게 곧 값으로 결정되고 수요자는 1년 사이에 주요 광물과 곡물 가격이 두 배 이상 뛰는 고물가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투자처를 잃은 투기성 자금이 상품시장으로 몰려드는 바람에 국제상품 가격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장중 배럴당 112.21달러까지 급등하며 지난 3월17일 기록한 사상 최고가인 배럴당 111.80달러를 경신했다. 미국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석유수요가 줄지 않는데다 생산자인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증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국제유가는 다시 사상 최고치를 깨고 상승세를 타고 있다. 구리 선물도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4.0달러를 넘어서는 등 원자재 가격 강세가 이어졌다. 10일 파이낸셜타임스는 국제상품시장에서 공급자가 가격 형성의 열쇠를 쥐는 셀러스 마켓이 도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40년간 곡물시장은 생산 증대로 수요가 공급을 앞서는 수요자 우위 시장이었지만 최근 들어 아시아ㆍ남미 등 개발도상국 시장에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데다 이상기후로 작황이 나빠지면서 수급 균형이 깨져 상황이 역전됐다. 국제 쌀 시세의 기준이 되는 태국산 쌀 가격은 지난해 말보다 두 배 이상 오른 854달러에 거래됐다. 태국 방콕의 쌀 수출업체인 라이스랜드 인터내셔널의 빅차이 스리프레이서트 최고경영자는 “이제 곡물시장에서는 농민과 제분업자ㆍ트레이더들이 시장의 주도권을 확실히 틀어쥐고 있다”고 말했다. 광물 가격도 마찬가지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JFE스틸 등 일본의 3대 철강업체들은 호주 광산회사인 BHP빌리턴에서 올해 수입하는 석탄(점결탄)을 톤당 300달러에 공급 받기로 계약했다. 이는 BHP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지난해 석탄 공급가격이 톤당 98달러였음을 감안하면 거의 세 배 수준으로 폭등했다. 가뜩이나 엔고로 가격경쟁력을 깎아먹고 있는 일본 제조업체는 원자재 구입 비용 급증으로 이중고를 겪는 암울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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