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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국무총리의 사의 표명에 따라 사실상의 총리 대행 역할을 맡게 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1일 이 총리를 대신해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정부조직법 등에 따르면 국무총리가 사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경제부총리·사회부총리 등의 순으로 직무를 대행한다고 규정돼 있다. 사의를 표명한 이 총리의 경우가 여기에 해당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이 총리는 이날부터 총리공관에서 두문불출하며 사실상 총리직을 정상적으로 수행하지 않고 있다. 이런 이유로 박근혜 대통령의 순방 기간 중 실질적으로 국정을 책임지게 된 최 경제부총리의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됐다.
이러한 상황을 의식한 듯 최 경제부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장에 들어서면서 경직된 표정으로 기자들의 질문에 말을 아꼈다.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가 앉는 의장석에 자리를 잡은 최 경제부총리는 "국무총리가 사의를 표명해서 오늘 회의는 제가 주재하게 됐다"고 설명한 다음 모두발언을 생략하고 곧바로 안건 심의·의결 절차를 시작했다. 앞서 이 총리 역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의 관계에 대한 의혹이 한창 불거지고 있던 지난 14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취임 이후 처음으로 모두발언을 생략했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촉발된 국정 전반에 대한 위기감 속에서 국무회의 역시 '필요한 말만 하는' 무거운 분위기 속에 진행되고 있다. 이날 국무회의는 20분 만에 끝났다.
경제부처 수장인 최 경제부총리가 총리 직무 대행까지 맡게 되면서 일정부터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이날 오전에 열릴 예정이었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는 최 경제부총리의 국무회의 주재 때문에 오후로 늦춰졌다. 부총리의 부담이 커지면서 기재부는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가급적 기존에 예정된 일정은 소화한다는 입장"이라며 "다만 (이 총리의 사표 수리시기 등에 따라) 앞으로는 변화가 불가피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후임 총리 인선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최 경제부총리의 총리 대행 기간이 길어질 수도 있다. 현 정부가 유독 총리 인선과 인사청문회에 난항을 겪었던 만큼 '총리 부재'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경제부총리가 총리 직무 대행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0년 이명박 정부에서는 정운찬 총리 사퇴에 이어 김태호 총리 후보자가 낙마하면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두 달 가까이 총리 직무 대행을 했다. 참여정부 시기인 2006년에는 이해찬 총리가 물러나면서 한덕수 당시 경제부총리가 한 달여 동안 총리직을 대행했다. 2000년 김대중 정부에서는 박태준 총리가 부동산 명의신탁 파문으로 사퇴하자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1주일간 총리 직무대행을 맡았다. 박경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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