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서도 '인간다운 죽음' 인정

'존엄사' 제도화등 논란 가열될듯

재판부 '의사에 의한 치료중단'등 요건 제시

항소심서도 '인간다운 죽음' 인정

'존엄사' 제도화등 논란 가열될듯재판부 '의사에 의한 치료중단'등 요건 제시

김광수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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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에 이어 항소심 재판부도 식물인간 상태인 환자의 치료를 그만두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이른바 ‘존엄사’ 논란이 다시금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입법을 통한 존엄사의 제도화를 촉구해 정치권에서 입법 논의가 이뤄질지도 주목된다.

◇ 항소심도 '존엄사' 인정

서울고법 민사9부(부장 이인복)는 10일 산소호흡기를 제거해달라며 환자 측이 신촌 세브란스병원을 상대로 낸 ‘무의미한 연명치료장치 제거 등 청구소송’에서 1심과 같이 산소호흡기를 제거하라고 판결했다.

지난해 2월 김모(76ㆍ여)씨의 자녀들은 폐 조직검사를 받다 출혈에 따른 뇌손상으로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어머니에 대한 연명치료를 중단해달라며 소송을 냈고 같은 해 11월 서울서부지법은 사상 처음으로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헌법의 최고이념인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추구할 권리에는 자기 삶을 결정할 수 있는 자율성이 본질적 구성요소이므로 회생 가능성이 없는 상태에서 기계장치로 연명하는 경우라면 치료중단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 요건과 기준 충족해야 가능

항소심에서도 존엄사가 인정됐지만 재판부는 무분별한 치료중단이 되지 않도록 엄격한 요건과 절차를 갖출 것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회생 가능성이 없고 돌이킬 수 없는 과정에 진입한 경우 주치의 판단뿐 아니라 제3의 중립적 의료기관의 판단 역시 필요하고 치료가 현재 상태 유지에 한정될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판부는 연명치료를 중단하기 위해 기본적으로는 입법 조치가 필요하지만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이미 사망 과정에 진입해 임종이 임박했다고 판단되면 입법 없이도 ‘존엄사’를 허용할 수 있다고 몇 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재판부 내세운 기준은 ▦환자가 회생 가능성이 없는 비가역적인 사망과정에 진입할 것 ▦환자에게 진지하고 합리적인 치료중단 의사가 있을 것 ▦고통을 완화하는 치료나 일상적 진료는 중단 불가 ▦의사에 의한 치료 중단의 시행 등이다.

재판부는 충동적이거나 단편적 의사 표명이 아니라 회생 불능의 환자가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경우에만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고 제한을 뒀다.

◇ "입법 절차 수반돼야" 강조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례적으로 ‘입법의 필요성’이라는 별도의 항목을 두고 존엄사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현대 의료 현실에서 인간이 기계장치에 의해 연명되는 사례는 이후로도 많이 발생할 것이며 때로는 회생 가능성이 있는 환자에 대해 섣부른 판단으로 치료를 중단해 사망을 초래할 가능성도 우려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국가는 국민 기본권을 보장할 의무가 있고 이를 위해 입법을 통해 기본권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으므로 아무런 기준 없이 의사와 환자ㆍ가족에게만 문제를 맡겨두는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사회의 견해를 폭넓게 반영해 연명치료 중단 등에 관한 기준과 절차, 방식, 남용에 대한 처벌과 대책 등을 규정한 입법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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