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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어린이날을 맞아 경기도 양주 시민들과 감성조명기업 필룩스의 임직원 가족들이 필룩스 본사 일대를 가득 메웠다. 양주시 최고의 관광명소로 꼽히는 조명박물관 안에서는 아이들이 직접 유리와 도자기, 탈 등을 만들었고 한 무리의 아이들은 박물관 앞 뜰에서 특공무술과 레이저사격 등을 체험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다채로운 공연과 이벤트가 곳곳에서 펼쳐지자 아이들의 얼굴엔 웃음꽃이 떠나질 않았다.
이 행사는 전국에서도 손에 꼽히는 어린이날 최대 이벤트이지만 지방자치단체나 이 지역 대기업이 주관한게 아니다. 매출 수백억 규모의 중소기업인 필룩스가 2005년부터 매년 5월5일 마련한 어린이날 선물이다. '번 돈의 일부를 반드시 지역사회에 돌려줘야 한다'는 노시청 필룩스 회장의 경영철학에 따른 것.
본사 앞 부지에 2,500평 규모로 지어진 세계 유일의 조명 전문 박물관 역시 필룩스에서 2005년 직접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매년 10만명 이상의 방문객이 박물관을 찾는다. 사무관들의 기업탐방 교육부터 초중고생 진로교육, 일반 기업의 신입사원 연수과정에서도 필룩스는 인기 코스다. 탐방 때마다 노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을 만나 회사의 성장 스토리를 들어볼 수 있다. 또 조명박물관에 들러 전시관을 둘러보며 조명작품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
필룩스가 이처럼 사회공헌활동에 앞장서고 있는 이유는 이를 비용이 아닌 일종의'문화접대'로 보는 기업철학이 있어서다. 노시청 회장은 "많은 기업들이 술 접대를 하면서 영업하는데 우리의 경영철학에 맞지 않아 다른 방식의 영업전략을 생각해낸 것"이라며 "접대비를 아끼니 수억원의 돈이 모였고 이 돈으로 술자리 대신 문화행사에 초대하고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면서 고객사는 물론 지역사회에서도 우리 회사를 인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필룩스와 달리 상당수 중소ㆍ중견기업들은 대기업에 비해 사회공헌활동에 소극적인 게 현실이다. 많은 이들의 의식 속에는 중소ㆍ중견기업이 대기업에 비해 사회공헌활동에 미온적인 상황이 당연하며 사회공헌보다는 외형성장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 중소ㆍ중견기업들도 사회공헌을 하더라도 투입(input) 대비 산출(output)이 커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당수 기업들이 초중고생보다는 취업준비생이나 공무원들의 기업탐방을 선호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필룩스처럼 사회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브랜드 가치 제고를 통해 직원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고 미래 고객을 창출하는 차원에서 사회공헌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사회공헌의 효과는 가랑비에 옷 젖듯 서서히 스며들어 기대 이상의 결과를 가져온다는 게 사회공헌에 적극적인 중기인들의 전언이다.
지난해 최첨단 인쇄ㆍ출판업체인 팩컴코리아가 탈북자 60여명을 회사로 초청해 기업탐방 기회를 제공하고 이중 10명을 채용하자 직원들을 포함한 모두가 의아해했다. 일부 직원들은 김경수 팩컴코리아 대표에게 "이들을 채용해서 회사가 얻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어느 누구도 탈북자들을 채용한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탈북자 채용 외에도 팩컴코리아는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 회사의 이 같은 노력이 외부에도 알려지면서 직원들의 자부심과 애사심이 한껏 높아졌다. 김 대표는 "직원들에게 우리 회사가 사회공헌에 적극적으로 나설 만큼 괜찮은 회사라는 자부심을 심어줄 수 있다"며 "외부사람들로부터 팩컴코리아가 좋은 일을 많이 한다는 평가를 들었을 때 뿌듯했다는 직원들도 많아졌다"고 미소를 지었다.
국민들 사이에 뿌리내린 반기업 정서를 뿌리뽑는 데도 사회공헌활동이 제격이다. 노 회장은 "기업이 최소의 투자로 최대의 효과를 내겠다는 경제논리에만 집착하고 사회적 역할에 소홀하니 서민들은 기업에 피해의식을 느낀다"며 "국민들과 기업들의 갈등이 증폭되면 결국 기업은 설 자리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어린이 안경착용률이 65%에 달할 정도로 한국은 빛 공해가 심각한 나라인데 조명의 양면성을 알리고 교육시키는 것이 조명전문기업의 몫"이라며 "이런 부작용을 바로 잡지 않고 물건만 판다면 기업이 아니라 장사꾼"이라고 꼬집었다.
사회공헌에 적극적인 기업인들은 더 많은 중소기업으로 이같은 활동이 확산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노 회장은 "사회 공헌이라고 해서 거창한 것을 꼭 해야 하는 게 아니며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사회에 기여할 방법은 많다"며 "필룩스의 여러가지 활동이 다른 중소기업에도 확산되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정부나 지자체, 기업, 언론 차원에서도 중소기업의 사회공헌을 적극 알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연구본부장은 "사회공헌에 적극적인 기업들에 당장 인센티브를 주기 보다는 우수사례를 적극 알려 중소기업들 스스로 사회적 책임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우수 사례집을 발간하고 언론에서도 이같은 사례를 적극 보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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