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의 2단계 매물인 증권 계열군 예비입찰이 21일로 마감되면서 인수 후보 간 치열한 경쟁과 눈치싸움이 빚어지고 있다. 우리투자증권과 함께 팔리는 자산운용ㆍ아비바생명ㆍ저축은행 등 '패키지 매물'을 놓고는 KB금융과 NH농협금융의 2파전 속에 투자자문사 파인스트리트와 대신증권 등이 도전하는 양상이다. 우리F&I에는 국내외 사모펀드와 KB 등 일부 금융지주가, 우리파이낸셜에는 KT와 메리츠금융이 인수 의사를 드러내는 등 춘추전국을 연상시킬 만큼 인수 후보가 난립하고 있다.
특히 패키지 매물에 대한 개별 입질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핵심 매물인 증권 인수를 노리는 일괄 매입 후보 간 입찰 가격을 놓고 치열한 수 싸움이 예상된다.
◇우투증권 등 패키지, KBㆍ농협 등 4파전 속 농협 급부상=이번 예비입찰은 '4(우투증권ㆍ자산운용ㆍ아비바생명ㆍ저축은행)+1(우리F&I)+1(우리파이낸셜)' 등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당국은 아비바생명ㆍ저축은행 등 비인기 매물에 개별 입찰하는 수요가 많고 써 낸 입찰 가격도 괜찮다면 우투증권을 개별 매각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일괄매입 후보라면 비용을 아낄 수 있어 반길 만하지만 그것도 쉽지만은 않다. 우투증권 가격을 높여 쓰고 나머지 3곳의 가격은 낮춰 쓰는 전략을 선택할 경우 일괄 입찰자 간 경쟁에서 중요한 전체 가격에서 뒤처져 낭패를 볼 가능성도 있는 탓이다. 한 외국계 보험사가 비밀유지확약서를 제출하는 등 예상보다는 비인기 매물에 관심을 갖는 후보가 적지 않다는 말이 나오고 있지만 실제 개별입찰에 얼마나 수요가 몰릴지 속단하기는 어렵다. 보험과 저축은행은 인수한 후 적정 자본을 맞추기 위한 증자 등이 불가피해 더더욱 그렇다.
일단 경쟁구도를 보면 KB금융와 농협지주가 유력 후보로, 막판으로 오면서 농협이 강하게 베팅하는 모습이다. 임영록 KB금융 회장은 은행에 쏠린 수익구조 다변화 차원에서, 임종룡 농협지주회장은 자산 재조정 관점에서 증권사에 대한 애착이 크다.
파인스트리트는 자금력과 인수합병(M&A) 경험이 많은 중국투자공사(CIC)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다크호스로 꼽힌다. 특히 당국이 사모펀드에 대해 차별이 없음을 밝힌데다 변수가 되고 있는 매각 방식 탓에 다크호스가 우투증권을 거머쥘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명가재건을 꿈꾸는 대신증권도 복병이지만 역량은 다소 떨어진다. 시장에서는 우투증권의 매각가격으로 1조원 내외, 패키지는 1조8,000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우리F&Iㆍ파이낸셜, 입질 많아 몸값 올라갈 수도=부실채권관리회사인 우리F&I와 여신전문금융사인 우리파이낸셜은 공히 지난해 500억원 안팎의 순이익을 낸 우량회사로 노리는 후보들이 많다. 우투증권이 대형 금융지주 품으로 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면서 사모펀드들이 우리F&I와 우리파이낸셜 예비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관측된다. 부실채권 시장을 연합자산관리공사(유암코)와 양분하고 있는 우리F&I에는 맥쿼리ㆍ칼라일 등의 외국계 사모펀드와 보고펀드ㆍ스틱인베스트먼트ㆍ티스톤 등의 국내 사모펀드를 비롯해 KB금융ㆍJB금융 등도 참여에 긍정적이다. 증권 쪽에서는 대신증권도 참여가 예상된다. 신한금융ㆍDGB금융ㆍ미래에셋 등은 불참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우리파이낸셜에는 할부금융과 개인대출 시장 확대를 바라는 메리츠금융을 포함해 KTㆍKB금융ㆍ대신증권 등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칼라일ㆍCVC 등 외국계 사모펀드도 우리파이낸셜에 관심을 갖고 있어 막판까지 참여 여부를 놓고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예상 매각가로는 우리F&I가 3,000억~5,000억원, 우리파이낸셜은 3,000억원 안팎 정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