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30년경부터 4세기 초 기독교가 로마 국교로 인정되기까지 활동했던 교회를 초대교회(初代敎會, Early Church)라고 일컫는다. 초대교회는 기독교의 원형으로서, 교회가 타락하고 부패할 때마다 개혁운동의 방향타가 돼 왔다. 특히 기독교의 진리와 신앙의 순수성을 지켰기 때문에 현대 교회에도 궁극적인 모범이 되고 있다.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는 초대교회의 정신을 항상 강조한다. 교회의 근본적인 사명인 ‘나눔과 섬김’을 진정으로 실천하는 신앙 공동체였기 때문이다. 그가 한국 개신교 교단의 대표적인 지도자로서 ‘나눔 문화’를 확산시키는 데 앞장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말한다. “교회가 나눔 운동에 앞장서야 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나눔과 섬김이 바로 예수님의 뜻일 뿐 아니라 교회의 본질적 사명이자 기능이기 때문입니다. 최초의 교회라고 할 수 있는 예루살렘 교회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사랑을 베풀고 섬겼습니다. 그래서 교회 안에는 가난한 사람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당시 교회가 실천한 나눔과 섬김의 모습은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줬습니다. 그 덕분에 기독교는 세상의 호응을 얻으며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죠. 따라서 교회는 나눔과 섬김을 결코 배제할 수 없습니다. 저는 오늘날에도 교회가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파함과 동시에 세상 사람들에게 나눔과 섬김의 본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 현실에서 그리스도인들과 교회가 먼저 마음의 문을 열고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것은 시대적 요청입니다.”
우리나라는 부와 기회의 불균형으로 인한 사회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격차가 점점 커지면서 사회의 허리이자 완충지대라고 할 수있는 중산층의 저변도 약해지고 있다. 이영훈 목사는 “양극화는 우리 사회의 병리현상으로, 양극화가 해결되지 않으면 여러 사회적 문제들이 야기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한국 사회가 왜 이렇게 양극화의 길을 걸어갈 수밖에없을까요. 그건 가진 자가 내놓지 않아서입니다. 쌓을 곳이 모자라 창고를 늘려 더 쌓을 정도로 많은 부를 가진 사람들이 지금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린 채 길거리를 떠도는홈리스(Homeless)를 돌아보지 않는 세상에서 우리가 살고 있습니다. 정부는 홈리스에 대해 한번도 통계를 내지않고 발표도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말하는 홈리스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무기력한 삶을 이어가는 노숙인이 아니라 집을 나와 이곳저곳을 떠돌면서 일용직으로 사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홈리스를 돕는 단체들에 따르면, 하루하루 일거리를 찾아 떠돌아다니는 일용직 노동자가 100만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게다가 실업자는 또 얼마나 많습니까. 그만큼 우리나라에 극빈층이 늘어나고 있다는 뜻입니다. 절대빈곤은 이른바 ‘자생적 좌파’를 낳습니다. 실제로 남미 지역에서 일어난 현상입니다. 남미의 많은 나라들이 사회주의로 돌아선 것도 그 때문이죠. 지금 우리가 처한 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답은 무엇이냐? 간단합니다. 가진 사람이 내놓으면 됩니다. 그것도 과감하게 말이죠. 특히 우리나라 굴지의 재벌들이 푼돈이 아니라 천문학적인 돈을 내놓아 국민감동 시대를 열어야 합니다. 그 외에는 길이 없습니다.”
▲가장 많이 가진 자들이 가장 많이 내놓아야
우리나라 대기업 오너들이 간혹 공익재단을 설립하면서 거액을 출연하거나 사회환원 차원에서 기부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제가 보기에는 그들이 가진 돈에 비해 내놓는 것이 미미합니다. 몇 해 전 정치권에서 ‘반값 등록금’을 이슈로 제기한 적이 있었죠. 반값 등록금을 현실화하려면 약 2조원이 소요된다고 했는데, 그 돈은 마음만 먹으면 대기업 한 곳에서 내놔도 되는 겁니다. 가령 삼성그룹이 한국의 젊은 세대와 미래를 위해 반값 등록금 재원을 투자하겠다고 하면 온 국민을 감동시키는 기업이 되지 않겠습니까. 20세기 초 세계 최대 재벌이었던 미국의 ‘석유왕’ 록펠러(John Davison Rockefeller)는 당시 일본국가 예산의 8배에 달할 만큼 천문학적인 규모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습니다. 또 세계 최고 투자자 워런 버핏(Warren Buffett)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전 재산(발표 당시 한화 약 50조원)의 99%를 기부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죠. 우리나라에서도 록펠러나 버핏처럼 멋있고 감동을 주는 재벌이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요. 최근 롯데그룹 형제들이 경영권을 두고 싸우잖아요. 롯데그룹도 창업자가 사회에 다 내놓으면 싸울 일이 없을 겁니다.
돈이 너무 많으니까 갈등이 생기고 다투는 겁니다. 제 생각이 너무 진보적일지는 모르지만, 롯데가 한국에서 일군 부는 국민으로부터 얻어진 것이 거든요. 그것을 사회에 내놓는다고 해서 손해 보는 게 아닙니다. 다 내놔도 평생 먹고 살 것이 있는 재벌 가문이니까요. 그렇게만 한다면 지금까지 국민들로부터 받은 우려와 비판이 극찬으로 바뀔 것입니다. 록펠러는 부를 축적하는 동안 욕을 많이 듣기도 했지만, 나중에 가진 것을 아낌없이 사회에 환원했기 때문에 칭송 받는 기업가로 역사에 기록될 수 있었습니다. 요즘 저는 간혹 이런 상상을 해봅니다. 와병 중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벌떡 깨어나는 겁니다. 그리고는 ‘ 내가 그동안 잠들어 있어 보니 여태까지 돈만 모으며 산 것이 아무 의미가 없더라. 죽기 전에 멋있는 일 한번 해보겠다’며 전 재산의 사회환원을 선언하는 겁니다. 상상만 해도 즐겁고 기쁜 일 아닙니까.”
우리 사회에도 이른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높은 신분에 따르는 도덕적 의무)’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지 않습니까. “물론 더러 있기는 하지만 아주 많이 가진 사람들의 밑에 있는 계층은 더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죄송한 말씀이지만, 아주 많이 가진 사람들은 너무 많이 가져 어떻게 해야 할지 주체를 못하는 것 같습니다. 제 생각은 가장 많이 가진 사람이 가장 많이 내놓아야 한다는 겁니다. 힘있는 사람이 양보하는 게 이치에 맞습니다. 가장 큰 파워를 가진 사람이 양보하지 않으면 답이 없습니다. 저희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재정을 완전히 공개하고 1년 예산의 3분의 1을 구제와 선교 활동에 내놓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부 대형교회들이 급성장 과정에서 부가 축적되면서 그 사용에 대해 문제가 생기거나 오해를 많이 받아온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모든 재정을 공개하고 매년 ‘제로 밸런스’로 맞춥니다. 대략 1000억원이라는 예산이 들어오지만 1년 동안 다 소진됩니다. 즉 쌓아놓은 돈이 없으니 문제의 소지도 없어요. 돈이 쌓여 있으면 여느 재벌가처럼 갈등이 생길 겁니다. 요즘 ‘갑’의 횡포가 사회문제가 되곤 하는데, 저는 갑이 나눔과 섬김을 실천한다면 그것 하나만으로도 한국 사회를 확 바꿀 수 있다고 봅니다.”
목사님께서는 우리나라 재벌들도 록펠러나 워런 버핏 같은 인물처럼 존경받는 기업가의 삶을 살라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은 건가요. “저는 솔직히 편지를 써서 보낼 마음도 있었어요. 물론 주제 넘는 짓 같아서 안했습니다만. 재벌들에게 간곡히 호소하는 것은 소외된 계층을 위해 과감하게 가진 것을 내려놓고 나눠줌으로써, 즉 나눔과 섬김을 통해 한국의 미래를 새롭고 희망찬 미래로 바꾸는 사명을 감당했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그들에게 한국의 미래가 달려 있습니다. 한국이 세계적인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비결도 그들의 섬김과 나눔에 있습니다. 가진 사람들이 나눌 수 있지, 누가 나눕니까. 경제는 국경과 사상을 뛰어넘는 파워가 있습니다. 그게 바로 돈의 힘이죠. 그 돈의 힘으로 국민을 섬기는 귀하고 선한 지도자들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재벌의 나눔과 섬김, 한국 미래 바꾼다
이 대목에서 이영훈 목사는 나눔과 섬김, 배려를 실천하는 대기업 오너 사례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을 언급하기도했다. 이부진 사장은 호텔신라와 결부된 몇 차례의 주요사안에 대해 솔직하고 진정성 있게 대처함으로써 여론의 호응을 얻은 바 있다.
한복 차림의 한 디자이너가 서울신라호텔 뷔페식당 입장을 제지 당한 일로 물의가 빚어지자 직접 그를 찾아가 사과한 일, 고령의 택시기사가 운전 미숙으로 서울신라호텔 정문을 들이받아 큰 피해가 났을 때 오히려 그의 생활형편을 살펴보고는 피해 배상을 면제해준 일, 메르스 확진자가 잠복기 상태에서 제주신라호텔에 머무른 사실이 드러났을 때 곧바로 제주도로 내려가 하루 수억원에 달하는 영업 손실을 감수하며 즉각 영업 중단 결정을 내린 일 등이 국민의 박수를 받은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이영훈 목사는 말한다. “이부진 사장이 여러 차례 큰 감동을 줬습니다. 모든 재벌이 그와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한국 사회가 확 달라질 겁니다. 제2, 제3의 이부진 사장이 많이 나와서 한국 재벌의 이미지를 쇄신하고, 나아가 가진 사람이 많이 나누고 먼저 양보하는 문화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전통적인 경제학의 관점에서 기업의 가장 궁극적인 존재 이유는 이윤창출에 있다. 하지만 오늘날 기업들에게는 포괄적인 의미에서 이른바 ‘사회적 책임’이 부여되고 있다. 기업이 경영활동을 통해 이윤창출을 하는 토대이자 터전이 바로 사회이기 때문이다.
이영훈 목사가 재벌 기업들의 나눔과 섬김을 강조하는 데는 그런 연유도 있다. 그는 “기업이 번창하는 것은 사회적 기반 위에서 이뤄지는 만큼 기업의 수익을 사회에 되돌리는 것은 기업의 장래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이 목사가 단지 기업들에게 사회공헌이나 기부의 확대만을 호소하는 것은 아니다. ‘쌓아둔’ 것을 ‘나누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사실 기업들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투자와 고용 창출이다. 그러면 자연스레 돈이 흘러 사회 구성원들의 생활을 윤택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 경제가 많이 침체돼 있죠. 그런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돈을 쌓아놓았기 때문입니다. 돈을 쓰지 않고 쌓아두니까 돈이 돌지 않는 겁니다. 제가 어느 유력 시중은행장을 만나 대화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분에게 ‘ 지금 상황에서 은행에 돈이 쌓여 있는 게 좋으냐, 돈을 많이 대출해주는 게 좋으냐’ 고 물었더니 ‘ 너무 많이 쌓여 있어 돈을 많이 가져갔으면 좋겠다. 하지만 줄 데가 없다’ 고 답하는 겁니다.
큰 기업들이 스스로 돈을 쌓아놓고 있기 때문이죠. 모든 재벌들이 돈을 벌면 재투자해서 공장도 짓고 일자리도 창출하면서 경제를 확확 돌려야 하는데, 모두 다 곳간에 쌓아두고 있습니다. 그게 우리나라 경제의 문제입니다. 기업의 본령은 투자와 생산을 통해 경제를 움직이게 하는 것인데, 그들이 본연의 자세를 망각하고 있는 셈이죠.”
▲돈을 쌓아만 두는 게 우리 경제의 문제
“한기총은 한국 개신교 교단을 대표하는 기관으로서 국내외에서 많은 나눔 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한기총 단독으로 진행하는 사업, 한국 기독교계와 연합해 진행하는 사업, 국가 사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사업 등이 있죠. 청년 취업난으로 희망을 잃은 요즘 젊은이들을 ‘3포 세대’라고 부르잖습니까. 청년들이 연애, 결혼, 출산이라는 기본적인 삶마저 포기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슬픈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들 청년 세대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정부는 ‘청년희망펀드’를 조성하고 있죠. 한기총 임원과 산하 교단, 단체들도 이 ‘청년희망펀드’에 적극 참여하고 있습니다. 저는 한기총 대표회장으로서 한국의 5만5,000여개 교회가 각자 1년 예산의 1%를 ‘통일기금’으로 적립하는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여의도순복음교회를 비롯해 한기총 소속의 많은 교회들이 동참하고 있습니다. 또 한기총의 상당수 임원과 회원들은 재단법인 ‘통일과 나눔’이 조성하고 있는 통일나눔펀드에도 참여하기로 약정했습니다. 이밖에 한기총은 한국방문위원회와 함께 웃음과 친절을 나누고 생활화하는 ‘K스마일 캠페인’도 펼치고 있어요. 이 캠페인은 모두가 존중받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범 국민 실천운동입니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은 이른바 ‘ 통일 대박론’ 을 주창하면서 통일 담론에 불을 댕겼다. 통일이 이뤄지면 한민족 전체가 새로운 경제적 번영의 원동력을 얻게 된다는 게 통일 대박론의 골자다. 박 대통령이 통일 대박론을 내놓으면서 우리 사회가 다시 한번 통일에 대한 염원을 갖게 된 것은 사실이다. 유력 보수매체들이 잇달아 통일 대박론을 거들고 나선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통일은 이영훈 목사의 중요한 화두이기도 하다. 그는 오늘날 한국 교회가 가장 간절히 기도해야 할 문제 중 하나가 통일이라고 생각한다.
“동· 서독이 통일할 수 있었던 이유를 딱 하나만 들자면 바로 ‘ 교류’ 입니다. 남북관계도 어떤 공식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같은 민족으로서 조건 없는 교류, 제한 없는 교류부터 해야 합니다. 북한이 남한에 비해 경제력이 얼마나 약합니까. 우리 정부가 통 크게 문을 확 열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한번 양보하면 계속 양보하게 된다는 소리가 있죠. 설령 계속 양보한다고 해도 우리가 손해 볼 게 얼마나 있겠습니까. 북한과 비교하면 우리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잘 살거든요. 저는 우리 대한민국이 ‘형님’답게 양보하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사실 손해 보는 장사가 남는 장사입니다. 남북 통일이 되면 우리 대한민국이 얼마나 잘 살게 됩니까. 박근혜 대통령도 통일 대박이라고 했지 않습니까. 하지만 말만 하고 대박을 향한 후속조치, 즉 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정책 수립과 실천이 따르지 못하고 있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우리 정부가 통 크게 양보해 각종 지원도 하고 다방면의 교류를 활성화한다면 결국 머지않아 통일의 물꼬가 트일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남북 통일은 조건·제한 없는 교류에서 출발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일찍부터 민족의 숙원인 통일을 위한 밀알을 뿌려왔다. 1996년에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신도 중에 북한을 돕고 통일을 준비하고자 하는 뜻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 북한선교회’ 를 창설한 바 있다. 북한선교회는 북한에 의류, 식량, 의약품 등을 보내는 한편 북한 이주민을 돕고 있다. 또 매년 한 차례 북한을 위한 특별기도회도 개최하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2012년 서울시 양천구에 ‘여의도순복음새평양교회’의 문을 열기도 했다. 이 교회는 북한이주민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돕는 것이 통일 한국의 초석이라는 취지로 설립됐다. 이밖에 북한 이주민들을 위한 교육기관인 ‘자유시민대학’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약 350억원의 재원을 투입해 평양시에 260병상 규모의 심장병원을 건립하는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평양 심장병원은 단지 의료지원을 위한 시설을 넘어 민족의 화해와 사랑을 통한 민족통일의 상징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안타까운 것은 계속되는 남북 간의 갈등과 지난 2010년 우리 정부가 대북 교역 및 신규 투자를 금지한 ‘ 5· 24 조치’ 등으로 인해 공사가 전면 중단된 상태라는 점이다.
이영훈 목사는 정부의 5·24 조치에 대한 의견도 제시했다. 요컨대 정부의 대응이 너무 경직된 게 아니냐는 생각이다. “통일을 준비하기 위한 제한 없는 교류라는 취지에서 정부는 5·24 조치를 과감하게 해제했으면 합니다. 해제하는 대신 모니터링을 철저히 하면 됩니다. 북한으로 넘어가는 각종 물자가 군사용으로 쓰이지 않는다는 것만 실사단이 확인하면 되거든요.”
그렇다면 과연 남북 통일은 언제쯤 이뤄질 것인가. 지난해 통일 대박론 등장 이후 세간에서는 통일 시점에 대한 다양한 예측도 제기된 바 있다. 사실 북한 정권이 워낙 종잡을 수 없는 터라, 어떤 예측도 무의미할지 모른다. 게다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역학관계도 중대한 변수다.
이영훈 목사는 통일 시점을 어떻게 전망할까. “하나님께서 어느 날 갑자기 주실 텐데, 글쎄요. 제가 보기에는 종교, 교육, 의료, 문화, 경제협력 등 모든 분야에서 활발한 교류를 한다는 전제하에 한 20년 내에는 통일되지 않을까싶습니다. 독일도 약 20년 동안 활발하게 교류가 이뤄진 다음에 통일이 됐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모든 분야에서 교류를 활성화해야 합니다. 가령 이산가족 상봉을 1년 내내 상시화하는 것만으로도 남북이 한결 가까워질 겁니다.”
결국 통일은 남쪽과 북쪽의 기득권 세력, 이 두 세력이 서로 양보하고 타협하지 않으면 어렵겠죠. “그렇죠, 양보해야죠. 우리 쪽에서 더 크게 양보해야 합니다. 우리가 큰집인데, 작은집이 떼를 쓴다고 싸울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는 가진 게 많지 않습니까. 지금 쌀이 남아돌아 걱정할 정도 아닙니까.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우리나라가 매년 쌀이 100만톤 이상 남는다고 하는데, 북한이 부족한 쌀이 100만톤 정도라는 사실입니다. 참, 하나님의 뜻인 것 같아요. 우리가 남는 쌀을 주면 북한 식량문제가 바로 해결되는 겁니다. 그런데 군량미로 전용될 우려 때문에 쌀을 안 보내니까 결국 쌀이 창고에서 묵습니다. 그런 것만 보더라도 우리의 통 큰 양보가 필요합니다. 이런 걸 어느 정치인이 치고 나가면 인기가 좋을 텐데요(웃음).”
▲우리가 통 크게 양보해야 남북 관계 진전
이영훈 목사는 국내 최대 교회인 여의도순복음교회의 담임목사이자 한국 개신교계의 주요 지도자로서 우리 사회를 이끄는 지도층 인사들을 자주 만난다. 이 목사는 그들에게 항상 건네주는 메시지가 있다고 한다. 내 입장이 아닌 상대방 입장을 먼저 배려하고, 또 가진 사람보다는 가지지 못한 사람들의 입장을 먼저 헤아리라는 것이다. 그게 곧 리더로서의 자격을 갖추는 일이자, 리더에게 맡겨진 역할을 잘 감당해내는 길이라는 설명이다.
“섬김과 나눔의 정신이 없이는 결코 공동체를 회복할 수 없습니다. 정치인들이 진실되게 정치를 하고 경제인들이 과감하게 곳간을 열어 나누는 역할을 한다면, 좌우갈등이나 계층갈등 같은 해묵은 사회문제들도 금방 해결될 겁니다.”
[참고]여의도순복음교회, ‘나눔과 섬김’ 적극 확대
이영훈 목사는 지난 2008년 여의도순복음교회 2대 담임목사로 취임한 이래 ‘사회적 나눔과 섬김’ 활동을 적극적으로 확대해왔다. 그는 “세계적인 대형교회로 성장한 우리 교회의 사명은 이웃과 축복을 나누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일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목사는 취임 후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전체 재산을 문화체육관광부에 재단법인 여의도순복음연합의 ‘기본재산’으로 등록했다. 교회 재정의 투명성을 확보함으로써 교회 안팎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그는 또 교회 예산의 3분의 1(약 330억원)을 구제와 선교 활동에 사용한다는 용단을 내렸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의 나눔과 섬김 활동은 교회 산하의 복지사업국과 굿피플(순복음교회가 100% 출연해 설립한 UN 산하 국제구호개발단체), 재단법인 순복음선교회, 엘림복지회 등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다. 특히 굿피플은 가장 먼저 민간 차원에서 북한 돕기 사업을 전개한 곳 중 하나다. 현재 굿피플은 무의탁 노인과 장애인, 외국인 근로자들을 직접 찾아가 진료하는 사랑의 의료봉사, 지역아동센터와 연계한 소외아동 보호, 노숙인 자활 지원 사업 등을 전개하고 있다. 또한 세계 각 지역에서 빈곤과 질병에 시달리는 이웃들을 위한 보건의료, 교육지원 사업도 펼치고 있다.
또 지난 1976년 창립한 순복음실업인선교회는 농어촌교회 지원, 불우이웃 돕기, 각종 장학금 전달, 교도소방문, 군경 위문 등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한편 해외 선교활동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지난 10월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세계 평화와 한반도 안정, 희망 나눔을 위한 기도대성회’를 개최한 바 있다. 이 대성회 준비 기간 동안 매주 한 끼 금식으로 소외된 이웃을 돕자는 캠페인을 펼쳐 모은 3억여원을 난치병 어린이, 취약계층 독거노인, 청년일자리 창출 등을 위한 기금으로 전달하기도 했다.
이영훈 목사는 최근 청년 일자리 창출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청년들의 미래가 곧 우리나라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그는 한기총 산하 교단과 단체들에게 청년 일자리 창출에 적극 참여할 것을 독려하는 한편 여의도순복음교회 차원에서는 청년취업박람회(순복음취업박람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 목사는 “성경에 보면 하나님께서는 꿈을 가진 사람들과 현실이 어려워도 소망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자들과 함께 하시고, 그들을 역사의 주인공으로 세우셨다”며 “우리 청년들은 꿈과 목표를 갖고 어려운 환경에 도전해 마침내 성취하는 용기 있는 자들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영훈 목사는…
1954년생. 1977 연세대 신학과 졸업, 1978 한세대(구 순복음신학교) 신학과 졸업, 1983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졸업(신학석사), 1985 미국 웨스트민스터 신학대학원 석사과정 수료, 1996 미국 템플대 대학원 종교철학 박사. 1982 목사 안수, 1985~1992 워싱턴순복음제일교회 담임목사, 1993~2001 한세대교수, 1999~2000 미국 베데스다대 총장, 2000~2003 순복음동경교회 담임목사, 2004 ~2006 미국 나성순복음교회 담임목사, 2008~현재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 2009~2010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공동회장, 2011~2012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장. 2014~현재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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