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이용득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며칠 후에 외국에 나간다는데 본인이 국가재난본부 위원장을 맡고 사태가 해결되면 나가라"고 쏘아붙였다. 오는 14일로 예정된 방미 일정을 메르스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미루라는 것이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 역시 이에 동의했다. 하 의원은 "메르스가 아니라 케르스(한국호흡기증후군)라고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며 "대통령 방미 연기 문제를 검토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은 메르스에 노출된 지역구 의원을 중심으로 공감대를 이루는 모양새다. 지역구 주민 1,565명이 메르스 확진 환자와 접촉한 김종훈 새누리당 의원(서울 강남을)은 "지금이 (메르스 사태가) 확장돼가는 국면이라면 여러 판단을 해야 할 테고 진정되는 국면이라면 (미국에) 가는 게 맞다"면서도 "내가 보기에 진정국면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여야 지도부는 말을 아끼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방미 연기에 대한 입장을 묻자 "입장을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대답했다. 이종걸 새정연 원내대표 역시 "최고 우방을 방문하는데 가타부타 저희가 의견이 있겠느냐"며 입장표명을 삼갔다.
방미 연기를 주장하는 의원들은 지금부터 청와대와 의견을 교환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방미 일정을 변경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 의원은 "방미 일정이 14일로 잡혀있는데 국제관례상 4일 전인 10일에는 통보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외교관 출신인 김 의원도 "하루나 이틀 사이가 상황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시점"이라며 "10일 아니면 11일에는 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