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전 회장의 사망으로 검찰이 부패척결의 첫 타깃으로 삼았던 자원외교 비리 수사는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경찰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은 이날 오후 3시32분께 형제봉 입구 북악매표소에서 등산로를 따라 200m가량 떨어진 지점의 부근 산속에서 나무에 목을 맨 상태로 경찰 증거채취견에 발견됐다.
증거채취견 ‘나로’는 가족이 제공한 성 전 회장의 의복 냄새를 맡은 뒤 그가 평소 자주 다니는 곳으로 알려진 형제봉 등산로에 투입돼 성 전 회장을 찾아냈다.
발견됐을 때 성 전 회장의 모습은 집을 나설 당시 그대로였다. 경찰이 위치를 추적한 휴대전화 한 대는 시신에서 약 15m 떨어진 곳에, 나머지 한 대는 윗옷 주머니에 있었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 추정 시간을 확인하지 못했으나 오전 중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부검은 하지 않기로 했다.
앞서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성 전 회장은 이날 오전 5시11분께 흰 모자와 검은색 패딩점퍼, 검은색 바지 차림으로 강남구 청담동 자택 인근 리베라호텔 앞에서 택시를 탔고, 오전 5시33분께 북악매표소 도착 후 종적을 감췄다.
이날 오전 7시30분께 성 전 회장의 자택에 도착한 운전기사는 성 전 회장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오전 8시6분께 112에 가출 신고를 했고, 아들도 6분 뒤 청담파출소에 신고했다.
성 전 회장이 혼자 살아온 자택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서산에 있는 어머니 묘소옆에 묻어 달라’면서 검찰 수사에 대한 억울함과 결백함을 주장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는 이날 오후 9시께 성 전 회장의 시신이 안치된 서울 일원동 삼성의료원에서 기자들을 만나 유서에 담긴 일부 내용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박 전 상무는 “A4 용지 1장 분량의 유서에는 결백함을 주장하는 내용이 포함됐다”며 “검찰 수사의 부당함이나 강압성에 대한 내용은 없었고 최근의 상황과 검찰 수사가 억울하다는 정도였다”고 전했다.
경찰은 성 전 회장의 장남을 상대로 이날 오후 9시 30분께부터 2시간가량 성 전 회장의 사망 동기 등을 조사했다.
장남은 경찰 조사에서 검찰 조사로 부친이 힘들어했다는 취지로 진술했으며, 유서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날 성 전 회장 실종 후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한 결과 서울 종로구 평창동 부근에서 기지국 신호가 특정됨에 따라 이 지역을 중심으로 경찰력 1천400여명과 수색견, 헬기 등을 투입해 대대적인 수색을 벌였다.
성 전 회장은 초등학교 중퇴 학력으로 홀로 상경해 성공한 자수성가형 기업인으로 국회의원까지 지냈으며, 이명박 정부 시절 해외 자원개발사업에 참여하며 250억여원의 회삿돈을 횡령하고 800억원대의 사기 대출을 받은 혐의 등으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돼 이날 오전 10시 30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있었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후 자원외교 비리 의혹 수사를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를 통해 “불행한 일이 발생해 안타깝다”면서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에게 조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자원외교 비리 의혹 사건 중 성 전 회장과 관련된 부분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중단하기로 했다. 경남기업 측이 광물자원공사 등 자원공기업과 금융당국, 정치권 등에 로비를 했다는 의혹 등은 더이상 수사가 진전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하지만 검찰은 성 전 회장이나 경남기업과 무관한 자원외교 비리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광물자원공사 비리 의혹뿐 아니라 자원외교 비리는 국가 재정이나 국민경제에 큰 부담을 주는,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이라 흔들림 없이 수사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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