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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시내 백화점을 찾은 직장여성 김모(32)씨는 5년 전 단종돼 아쉬워했던 메이크업브랜드 '맥(Mac)'의 립스틱'레이디 데인저(lady danger)'를 다시 발견하고 곧바로 지갑을 열었다. 당시 선호하는 립스틱으로 이후 다시 찾았지만 이미 단종돼 아쉬운 마음을 접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경기 불황으로 제품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호황이던 시절에 대한 향수로 단종된 모델이 되살아나가는가 하면 아예 국내에서 자취를 감췄던 브랜드가 컴백했다. 또 불황이 깊어질수록 신뢰감이 높은 브랜드를 찾는 소비 심리 에 힘입어 최근 '추억을 담은' 장수 브랜드들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맥은 과거 베스트히트 상품의 부활을 갈망하는 분위기에 힘입어 지난달 단종된 립스틱, 립글로스, 아이섀도우 컬러를 온라인 투표를 통해 최근 부활시켰다.
박미정 맥 마케팅팀장은 "복고풍 열풍으로 부활된 첫 번째 아이템이 립스틱"으로 "소비자들의 뜨거운 호응에 따라 향후 다른 제품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메이크업 브랜드 '바비 브라운'도 '브링 백 캠페인'을 갖고 단종된 립스틱 6가지를 재출시했다. 브링 백 캠페인은 과거 사랑을 받았지만 지금은 생산을 하지 않는 제품들에 대한 고객들의 재출시 요청을 반영하는 이벤트로 한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 독일 등 전세계 6개국 바비 브라운 페이스북에서 진행됐다.
아웃도어 컬럼비아도 1993년 '대박'을 쳤던 '버가부츠 오리지널'을 재현해 2012년판 '버가부츠 오리지널 옴니히트'로 재탄생시켰다. 당시 클래식한 디자인을 그대로 살리고 콜롬비아가 지난해 개발한 신기능 '옴니히트 리플렉티브' 기술력을 더했다.
1990년대를 주름잡았던 패션 브랜드의 재론칭도 화제다. 대표적인 곳이 '보이런던'으로 1990년대 당시 청소년의 우상 '서태지와 아이들'이 입고 나와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브랜드다. 바람막이 점퍼로'대학생 패션'을 이끌었던 '노티카'와 청바지와 후드티셔츠로 힙합 패션을 대표했던 '퀵실버'도 함께 돌아왔다. 이들은 한동안 부침을 겪으며 대중의 기억에서 잊혀졌지만 복고 열풍이 불고 한국의 패션 문화가 다양화되면서 국내 재진출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원도 1994년 선보였다가 외환위기 여파로 접었던 잡화 브랜드 '세스띠'를 다시 출범시켰다. 신원 관계자는 "불경기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옛 브랜드에 대한 향수를 느끼는 한편 업체는 인지도를 갖춘 옛 브랜드를 정비해 론칭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불황에 장수 브랜드 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계란옷을 입혀 부쳐먹는 분홍색 소시지와 옛날 유산균 요구르트가 대표적이다. 올해들어 11월중순까지 롯데마트에서 분홍색 '옛날 소시지'는 매출이 지난해 보다 59.1%나 증가했다. 일반 소시지 신장률 15.4%보다 3.8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후랑크소시지(-3.8%), 간식용 소시지(-9.4%), 햄(-3.3%), 베이컨(-2.1%) 등이 역신장하는 가운데 옛날 소시지가 홀로 독주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옛날소시지 가격은 100g당 약 500원으로 일반 햄ㆍ베이컨의 3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하다. 옛날 요구르트도 불황 인기 상품 대열에 합류했다. 옛날 요구르트로 불리는 65㎖들이 유산균 요구르트 매출은 롯데마트에서 전년보다 26.1% 늘었다. 반면 마시는 발효유 요구르트는 5.1% 증가하는데 그쳤고 떠먹는 요구르트는 3.2% 감소했다.
편의점 음료시장에서는 포만감을 주는 음료 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 국내 편의점 업계 1위 'CU(씨유)'에서 10월까지 음료 매출을 분석한 결과 알갱이가 들어있는 과립음료가 38%나 증가했다. 과즙음료(10%)보다 3배 이상 잘 팔린 것이다. 코코팜(22%), 갈아만든 배(26%), 알로에 음료(27%), 식혜(34%) 등 90년 대 후반 인기를 끌던 제품들이 불황에 다시 시장에서 호응을 얻으면서다. CU 관계자는 "고객들의 요구에 맞춰 차별화된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의 마실거리 PB(자체 브랜드)상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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