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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총리가 전격 사의를 표명한 배경에는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새누리당 핵심부의 의견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청와대에 당의 분위기를 전달하면서 결국 이 총리 사의를 이끌어냈다. 김 대표가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파문 정국에서 '키맨(key man)' 역할을 수행하는 리더십을 보여주면서 앞으로 당청관계를 주도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표가 지난 16일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가진 독대회동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지난해 7월 당 대표로 취임한 후 첫번째로 가진 단독회동은 중남미 순방을 앞두고 있던 박 대통령의 긴급 요청으로 이뤄졌다. 김 대표는 "순방을 다녀온 후 결론을 내리겠다"는 박 대통령의 요청을 지키기 위해 지난주 말 국정공백 최소화에 주력하면서 특유의 뚝심을 발휘했다. 김 대표는 박 대통령이 귀국하는 오는 27일까지 여야를 대상으로 "1주일만 기다려달라"고 요청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이 총리의 거짓 해명이 논란을 증폭시키고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면서 결국 이 총리에 대한 방어막을 내려야 한다고 판단해 이 총리 사퇴 필요성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성완종 리스트에서 총리, 청와대, 친박계 의원 등 핵심 실세들이 거론되면서 사실상 김 대표를 견제하는 세력들의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당분간 김 대표가 당정청 관계를 주도할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분수령은 4·29재보선이다. 성완종 리스트라는 악재를 뚫고 '재보선 승리'를 이끌어낸다면 김 대표의 위상은 상승곡선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김 대표가 재보선 지원에 '올인'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치권에서는 "김 대표가 재보선에서 한 곳이라도 승리하기 위해 연일 강행군을 펼치며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성완종 리스트 정국 이후 김 대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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