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조세 수준은 그렇지 않아도 다른 나라와 비교해 상당히 낮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조세부담률은 2013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인 25.8%에 한참 모자라는 17.9%다. 소득세 비중도 미국(9.818%), 영국(9.160%)과는 비교도 안 되는 3.732% 정도에 머물러 있다. '모든 국민은 납세의 의무를 진다'는 국민개세(皆稅) 원칙은 사라지고 '면세공화국'이라는 오명만 남은 셈이다.
면세자가 이토록 늘어난 1차적 책임은 포퓰리즘에 휘둘린 정부와 정치권에 있다. 2013년 소득세법 개정 당시만 해도 비과세·감면을 줄이고 조세 형평성을 맞추겠다고 공언했지만 직장인의 반발을 의식해 대표적인 일몰 대상인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2년 연장했고 종교인 과세 역시 종교단체의 눈치를 살피다 없던 일로 해버렸다. 게다가 연말정산 파동이 나자 출산공제를 부활시키고 연금공제도 확대했으며 세법은 누더기가 됐다. 정부가 보고한 면세자 감축대책에 대해서도 정치권에선 내년 총선 걱정에 딴소리만 하고 있다.
세금을 안 내는 사람이 늘어난 것은 단순한 세수감소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우선 이 모든 부담을 떠안게 된 중산층의 소비 여력이 감소하고 있다. 소득 7,000만원을 초과하는 근로자가 1조5,000억원 이상을 더 내는데 어떻게 소비가 늘 수 있겠나. 게다가 늘어나는 복지 수요를 감당하려면 기존 납세자들을 더 쥐어짜야 한다. 자칫 조세저항을 불러올지도 모른다. 해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의 소득이 있다면 세금을 부과하고 비과세·감면 혜택을 줄이는 게 필요하다. 저소득층의 세 부담이 고민이라면 단돈 10원이라도 부과하라. 그래야 세금이 늘어날 다른 납세자를 설득할 수 있다. 종교인 과세도 당장 재검토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더 이상 이 눈치 저 눈치 보지 말고 미래를 생각하는 조세정책을 확립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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