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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말 노사정위원회의 노동시장개혁을 위한 대타협이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협상 시한을 넘기면서 파행했다. 논의된 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임금피크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해고요건 등 다섯 개의 핵심 쟁점에서 합의를 했다 해도 노동개혁이 실현될지 의문이었다. 구체적 실행계획도 없는 대타협은 사실상 노동시장 개혁의 첫 단추를 끼우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사가 우선 대타협에 합의하고 보다 폭넓은 행보를 보였어야 했다.
비정규직 일반화·청년실업 등 문제 산적
노동개혁의 필요성은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저성장과 양극화에 대한 위기의식에서 발로한 것이고 더 이상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국가적 위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노사가 현재의 소극적이고 수세적 입장에서 보다 적극적이고 긍정적 마인드를 가지고 대타협에 임해야 한다.
노동계는 지금의 우리 사회를 있게 한 고속 경제발전에 핵심적인 기여를 했다. 그리고 1980년대 말 정치 민주화와 경제 자유화 이후로 사회적 영향력도 확대해왔다. 그러나 정보화나 자동화에 따른 생산기술의 발달과 고령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우선 고용 없는 성장이 일상화되고 있다. 글로벌 경쟁 환경하에서 정보기술(IT)과 자동화 등으로 생산 및 유통기술의 고도화에 따라 생산성이 낮은 고용은 줄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기업경영에 대한 비합리적 규제로 기업들은 고용 파급효과가 큰 생산 공장들을 해외로 이전하고 있다.
둘째, 비정규직이 일반화되고 있다. 비정규직법의 도입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서비스 부분의 성장은 비정규직 비중을 더 크게 할 것이다. 또한 정규직과 비정규직근로자 간의 임금격차가 더 커지고 있다.
셋째, 평균수명의 연장으로 근로자들은 고령화되는데 국내 생산의 정체로 청년실업은 더 늘어나고 있다. 임금피크제 없이 이뤄진 법정 정년연장은 기업들의 부담만 늘리는 것이 돼 청년고용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기업들 역시 무역자유화로 글로벌 경쟁에 완전히 노출돼 있으면서도 아직 노동계 탓만 하면서 구태의연한 경영 행태를 보이고 있다.
노동시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노동시장의 유연화다. 노동시장 유연화의 목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차별을 해소하고 청년고용이 가능하게 하면서 고령자 고용을 통해 다가올 고령사회의 탄력성을 제고하는 것이다. 이는 노동시장을 역동적으로 만들면서 중산층을 복원하고 양극화를 해소하게 할 것이다. 노동시장 유연화에 대한 노동계의 협조에 부응해 사용자와 정부는 근로자에 대해 사회안전망을 최대한 보장하는 대타협을 해야 한다. 비정규직 근로자에게도 법정퇴직연금과 사회보험을 모두 적용해야 한다.
사회안전망 구축해 노동시장 유연화를
그리고 산업안전 강화를 통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산재사망률을 낮추는 등 근로자 보호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균형적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의 관점에서 노사가 노동시장 유연화와 사회안전망을 서로 맞교환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타협 과정에서 장애가 된 것으로 알려진 해고기준 등의 문제들은 국제기준이나 국제적 추이를 따르면 된다. 우리 기업들은 이미 글로벌 경쟁과 노동시장이 활성화된 환경에서 세계 경영을 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이 주장하는 한국적 노사관계의 특수성은 우리 사회가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을 뿐 아니라 이를 고수하는 것이 기업에 유리할 것도 없다. 이제는 대타협과 국제수준의 노사관계 준수로 우리 노동시장이 한 단계 도약해야 한다. 그러면 우리 사회의 저성장·양극화·고령화를 일시에 해결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경제민주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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