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JYP엔터테인먼트는 3대 기획사로 꼽히는 SM엔터테인먼트·YG엔터테인먼트에 비해서 부진한 성적을 거둬왔다. 그러나 올해는 좀 다르다. 지난해 4년 만에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섰다.
지난달 발매된 미스에이의 신곡 '다른 남자 말고 너'가 벌써 4주째 음원 차트 1~2위를 오르내리고 이어 나온 박진영(43·사진)의 신곡 '어머님이 누구니'는 연일 사람들 입에 회자된다.
오랜만에 찾아온 좋은 분위기 속에서 노래를 히트시킨 가수이자 JYP엔터의 수장인 박진영이 좀 들떠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20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의 모습은 차분했다.
박진영은 "젊었을 때라면 '내 생각이 통했다'며 흥분했겠지만 이젠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며 "과정이 좋다면 결과는 그다음 문제"라고 거듭 말했다. 그가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건 이른바 '실패한 미국 진출' 탓이다.
"3~4년간 땀과 노력을 다 바쳐 미국 앨범 발매 직전까지 갔는데 지난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지면서 백지화됐어요. 아무것도 못 해보고 백기를 든 것 같아 너무 분했지만 그런 일들을 겪으며 과정의 중요성을 알게 된 것 같아요."
그가 기업 경영이나 소속 아티스트의 육성에도 유독 '올바름'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JYP엔터는 기업 경영에서 탈법·편법을 용납하지 않고 심지어 직원들이 유흥을 즐기는 것 또한 금지한다. 연습생을 훈련시킬 때 '인성'을 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박진영은 "이런 생각을 받아들이게끔 하는 게 쉽지는 않았고 결국 가치관을 공유하는 사람들만 남게 됐다"며 "하지만 나는 이게 맞는 것 같다"고 단언했다.
4년간의 부진을 거친 후 지금 터닝포인트를 맞게 된 것 또한 결국 그가 올바른 방향을 택했기에 거둘 수 있었던 결과인 듯하다. 박진영은 지난 3년간을 '시행착오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미국 진출을 통해 배워온 게 하나 있다면 워너나 유니버설 같은 대형 음반사들의 시스템입니다. 공백 없이 앨범과 음원을 발표하고 과실을 지속해 거두는 대량생산 체계. 그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시간을 투자했고 현재 30명이 넘는 작곡가와 그보다 더 많은 외부 작곡가를 보유하고 있어요."
그 시스템의 결과물이 올해부터 나온 음원들이다. 박진영은 "'어머님이 누구니'는 그 시스템 속에서 최고점(94점)을 받은 곡이며 반응도 가장 뜨겁다. 시스템의 실력이 증명된 셈"이라고 했다.
경영자로서의 단기 목표는 JYP엔터를 연예기획사 최초로 '시가총액 1조원'의 벽을 깨는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다. "시스템이 안정되려면 앞으로 3년 정도 더 걸리지 않을까요. 이제 다시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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